[한스경제 임서아] 한미 1차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협상은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만큼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첫 개정협상에서 양국은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미국은 자동차와 농축산물 분야 등에서 미국에게 유리하도록 강력한 개정 압박을 펼친다. 반대로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요구에 상응하는 요구를 관철하면서 민감한 시장은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1차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협상은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만큼 험난한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한국 협상단은 5일 미국 워싱턴 D.C.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제1차 개정협상을 시작한다. 

협상단은 지난 수개월 동안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왔다. 산업부는 현지시간 오전에 시작하는 협상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날은 양국 협상단이 마주하는 첫 자리로어떤 합의를 하기보다는 서로 입장만 확인하고 끝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큰 자동차의 비관세장벽 해소와 자동차·철강의 원산지 기준 강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부는 한미FTA 개정협상 추진계획에서 "미국 측이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우리측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 양허가 중단되면 5년간 총 269억 달러의 수출 손실과 24만개의 일자리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재협상으로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로 수출 손실이 133억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중 자동차 부문이 80%를 차지했다. 액수로는 142억 달러, 우리 돈 16조 원 규모다. 한미FTA 발효 이후 5년 동안 매년 평균 대미 승용차 수출은 12.4%, 자동차 부품 수출은 6.1% 증가했는데 이 점을 미국이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한미FTA 발효 이후 자동차 수출량을 두 배 넘게 늘렸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조항을 쉽게 고치긴 어렵다. 이에 미국이 자동차라는 카드로 다른 분야의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농축산물 시장개방도 관심사다. 한미 FTA로 가장 타격이 큰 분야는 축산물과 가공식품, 과일·채소 등이었던 만큼 정부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한미 FTA 발효 5년 전과 를 비교하면 국내 수입은 연평균 9억4,000만 달러 증가한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한미 FTA 발효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적자폭이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는 축산물로 쇠고기 수입액은 124.3%, 돼지고기 수입액은 42.7%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국내 미국산 소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 완화를 미국 요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이하·ISDS) 개선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ISDS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자동차와 농축산물 부분이 이번 개정협상의 최대 쟁점"이라며 "농산물 같은 경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기에 '농산물 자유화' 등 과격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미국 쌀 혹은 소고기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FTA 폐기의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다른 경로의 무역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한국은 자유무역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는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기고 중국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FTA 협정문은 굉장히 법률적이고 전문적일 뿐만 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큰 부분들이 많다. 이에 양국이 협상을 나가는데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부는 1차 협상 이후 3~4주 간격으로 후속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언제 협상이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임서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