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내일(9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로 4분기 실적시즌이 본격 시작된다. 4분기 실적 결과는 올해 증시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확산되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이 존재하는 주요 상장사 219개 중, 3개월 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에 비해 감소한 곳은 123곳에 달했다. 여기에 3개월 전 전망치에 비해 영업이익 적자가 확대되거나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 기업도 6개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 종목이 3개월 전망치에 비해 영업이익이 감소한다고 추정된 것이다. 이들 기업의 3개월 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48조4,057억원이었으나, 현재는 47조5,216억원으로 1.83% 감소했다.

국내 상장사의 4분기 실적은 각종 일회성 비용 반영과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컨센서스보다 적게 나오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이 내년부터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다른 분기에 비해 크게 밑도는 현상은 한국기업에서 오래전부터 나타났다”면서 “지난 2009년 이후 4분기 순이익은 컨센서스보다 44.8% 낮았고, 영업이익은 22.6%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연간 누적된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하는 회계 관행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4분기 실적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지난해 4분기에 16조3,1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15조8,964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6조2,000억원에서 15조7,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한국투자증권(16조5,720억원→15조2,920억원), 한화투자증권(16조8,900억원→15조8,310억원) 등도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219개 기업 중 3개월 전에 비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감소폭이 가장 큰 종목(적자확대, 적자전환 종목 제외)은 만도(-49.3%)로 나타났다. 만도는 3개월 전 만해도 지난해 4분기 9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454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현대기아차 판매부진에 원화강세까지 겹치면서 만도의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8% 감소한 725만1,013대를 판매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치로 지난해 목표치 825만대 달성에도 실패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판매 목표도 전년 대비 8.5% 감소한 755만대로 제시했다.

만도에 이어 LG디스플레이(-43.0%), 원익IPS(-41.7%), 한국항공우주(-41.4%), 클리오(-39.4%), 피에스케이(-39.2%), NHN엔터테인먼트(-37.3%), 위메이드(-36.2%), 코스메카코리아(-36.0%) 등의 순으로 3개월 전에 비해 영업이익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감소폭이 컸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2% 감소한 7조140억원, 영업이익은 61% 급감한 2,310억원 기록해 하락세 이어갈 것”이라면서 “TV부터 모바일까지 모든 부분의 수요가 약했고 패널가와 환율도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 연말까지 LG디스플레이 기업가치 상승요소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그 이유로 중국 증설효과가 본격화되고 상반기 집중된 수요로 연말 쇼핑시즌 효과 반감에 하반기도 액정표시장치(LCD) 업황이 작년의 호황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꼽았다.

적자확대ㆍ적자전환 종목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많은 영업손실(-3,2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생명(-777억원), 현대중공업(-355억원), LIG넥스원(-292억원) 등의 순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컸다.

이 중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나란히 4분기 영업손실과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무차입 경영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선제적 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면서 삼성중공업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편, 3개월 전에 비해 영업이익 추정치증가폭이 가장 큰 종목은 테라세미콘(122.5%), 파라다이스(96.8%), OCI(78.2%), 현대미포조선(66.9%), 삼성SDI(64.8%) 등의 순이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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