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금품제공…“말로만 자정노력 소용없어”

[한스경제 최형호] 경찰이 재건축 비리 혐의로 대우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타 건설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서는 터질게 터진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9일 오전 10시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사무실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재건축 수주 관련 내부 보고 자료와 자금 집행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이사비 및 금품 제공 등 비리는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재건축 입찰 비리는 건설사들의 관례가 된 듯하다. 사진은 9일 경찰이 재건축 수주 비리 혐의로 압수수색한 대우건설 본사. 사진제공=연합뉴스.

경찰은 대우건설을 계기로 재건축 수주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이사비 및 금품 제공 등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건설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건축 입찰 비리는 건설사들의 관례가 된 상황에서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이런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업계는 재건축 선정과정에서 비리 없는 입찰을 강조하지만, 건설사들의 자정 노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퇴색돼 매년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건축 입찰 비리는 대부분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만 매달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시장에서의 실적은 안 나오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또한 미비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먹거리는 자연스레 주택사업에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재건축 사업은 1~2년 농사를 한꺼번에 수확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사비는 물론 금품 등을 제공해서라도 입찰을 따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건축 비리의 발단은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있었다. GS건설이 ‘클린 수주’를 선언하며 재건축 수주전 당시 라이벌 건설사였던 롯데건설의 금품·향응 제공 등을 고발했다.

이후 서울 서초경찰서는 롯데건설 건설본부와 본사를 상대로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결국 서초경찰서는 한신4지구 재건축사업권 선정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로 롯데건설과 계약한 홍보대행사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업권은 ‘클린 수주’를 내건 GS건설이 따냈다. GS건설은 당시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수수한 만큼 입찰 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고 설득해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을 계기로 재건축 선정 시 금품향응 제공 등의 비리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경찰이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조사할 계획이기 때문.

만약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이사비 제공, 금품 향응 등의 비리가 적발될 경우 입찰이 무효로 돌아간다. 법 개정 이후 재건축 입찰 비리 처벌이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다 적발되면 10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또한 홍보사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으면 해당 건설사는 향후 2년간 재건축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미 확보된 해당 사업장의 재건축 시공권은 박탈당한다.

건설업계는 처벌이 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야 좀 더 건설적인 재건축 수주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대체로 동감하는 분위기다. 

실제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수주에 성공하려면 조합원들의 표심을 어떻게든 잡아야 하기에 금품 향응은 그간 관례화 됐던 게 사실”이라며 “다만 제공한 돈은 재건축 조합원에게 분양가 상승 등으로 그대로 돌려받기 때문에 애초에 무의미한 금품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건설업계는 조합원들을 사로잡기 위한 금품 제공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몫이라고 귀띔한다.

선심을 베푸느라 수익이 줄어든 건설사가 이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올리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아파트 품질 저하, 더 나아가 부실시공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로만 클린 수주를 외칠때가 아니라는 게 자정할 근본을 세워야 한다는 건설업계 시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보여지는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현장 단속을 강화한다거나, 조합을 감시할 수 있는 법체계 등 투명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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