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하나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 일정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여부가 금융권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달 말이면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9일 회의를 열고 업무 전문성과 리더십, 평판 등을 따져 회장 후보군을 종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첫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 27명을 확정한데 이어 약 5일 만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이 가운데 내부 출신 후보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포함해 4명, 외부 출신 후보는 12명이다. 내부 후보군으로는 김 회장 외에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후보군으로는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 등이 거론된다.

회추위는 15∼16일 이틀에 걸쳐 후보군에 대해 개인별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한다. 이같은 추가 심층평가를 통해 16일 최종 후보군(숏 리스트·Short List)을 선정하며, 오는 22일 프리젠테이션(PT) 및 심층 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한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은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에 따라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거쳐 공정하고 투명한 유효경쟁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모든 진행 절차의 공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3연임을 무리 없이 해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대항마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냈고 지난 6년간 하나금융의 실적, 경영지표 등을 종합했을 때 큰 흠결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을 사상 최대인 2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순이익 2조원 클럽 진입이 머지않은 것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은행 등 4대 은행주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나금융 주가 상승률은 약 61%로 성장 속도 면에서 단연 약진했다. 8일 기준으로는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약 5년 만에 신한금융 주가를 넘어섰다. 실적에 이어 주가까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연임 가도에 있어 막판 변수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노조와의 관계가 첫 번째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 노동조합은 지난 4일 주주총회를 두 달 앞두고 주주와 의결권 자문사에 ‘CEO 리스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인사 비리와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의혹,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견제 상황 등이 담겼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권고도 하나금융으로서는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경영권 승계 시스템을 두고 CEO 경영승계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지배구조 문제를 여러 번 지적해왔다. 하나금융은 당국의 지배구조개선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해 회추위에서 김 회장을 제외하는 안을 담은 개선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현 회장의 3연임이 점쳐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연임 성공 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최근 하나금융이 당국 지배구조를 다 수용하면서 연임 후 생길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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