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상화폐 거래소가 서버 다운과 출금지연, 출금 한도액 등으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와중에도 또다시 거래 수수료 인상을 강행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는 올랐지만 서비스의 질은 개선되지 않으면서 거래소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선봉장이 아니라 수수료 장사꾼으로 전락했다는 날 선 목소리가 높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 7일을 기해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를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불과 10일이 지난 시점에 출금 수수료 인상이 또 이뤄졌다. 빗썸은 지난달 23일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를 0.0005비트코인에서 0.002비트코인으로 4배 올렸다가 1일 0.001비트코인으로 재조정했지만 7일 0.003비트코인으로 다시 재조정했다.

업비트와 코인원 등 유력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수수료를 자의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출금 수수료를 0.0015비트코인으로 3배 인상했다. 업비트도 지난해 12월 24일 0.0005비트코인에서 0.001비트코인으로 출금수수료를 인상했다가 0.0005비트코인으로 다시 조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수료는 출금뿐 아니라 각 거래에도 매겨진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의 통상적인 수수료 0.015%의 10배인 0.15% 수준이지만 코스닥 시장 주식거래에 매겨지는 제세금(0.3%)을 더하면 아직까지는 증권거래 수수료가 높다. 하지만 화폐를 가상화폐로 바꿔 거래한 뒤 가상화폐를 다시 화폐로 출금하는 과정에서 출금 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비싼 값’을 하고 있는지 여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버 다운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고질적인 문제다. 빗썸, 코인원, 업비트 등이 서버 다운으로 투자자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안겼다.

‘서버 안정성’을 내세웠던 가상화폐 거래소 코미드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서버가 다운되는 촌극을 빚었다. 이후에도 서버 불안정이 지속되자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출금지연(TXID발급지연)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에 있다. 이는 블럭체인 네트워크의 문제로 파악되며, 금일 중 송금수수료 인상 등 원활화를 위한 대책을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출금지연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빗썸은 지난 5일 “이용자 폭주로 원화 출금이 지연되고 있다”고 고지했다.

게다가 출금지연에 대한 대책으로 하루 출금 한도액을 정해둔 거래소가 대다수다. 가상화폐로 수백억을 번 자산가가 됐더라도 출금 한도에 걸리면 하루 최대 수백만원만 인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수수료를 높이는 이유가 수익성 증대가 아니라 블록체인 내 거래의 볼륨이 커져서라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비효율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며 “주식거래보다 효율적이라고 했지만, 거래 매칭이 되고도 출금이 2~3일씩 지연되는 현실과 동떨어지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를 번 뒤 폐업하는 등 거래소 위장사고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해킹으로 자산의 17%가 유실돼 폐업을 선언한 유빗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가상화폐 취급업소(거래소)에 대한 직접조사를 강화하고 유빗이 의심받고 있는 위장사고 등의 가능성이나 사기, 시세조종, 유사수신 등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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