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부 김재웅

[한스경제 김재웅] 한국지엠 노사가 2017년 임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했다는 온기가 전해진 다음날, 갑자기 비정규직 노조가 카허 카젬 사장을 고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평 공장 앞에서는 집회를 열고 공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난동까지 피웠다.

비정규직 노조는 한국지엠이 작년 9월부터 불법 파견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자동차 생산업무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렇다. 한국지엠은 2012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동차 업계 최초로 '사내하도급 서포터즈 협약'을 맺었을 만큼 관련법을 준수하고 있다. 2014년 1월에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적법한 하도급 운영 중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또 한국지엠은 작년 12월부터 고용노동부로부터 사내하도급 수시근로감독을 받는 중이다. 적법 판정을 받았던 2014년과 비교해 운영 상황과 조건이 전혀 바뀌지 않은 만큼, 당시와 같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과 2016년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은 그 이전 일로, 현재는 대법원 요구를 모두 이행한 상태다. 비정규직 노조의 고소가 실효성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정규직 노조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렇다면 왜 무리한 문제 제기를, 그것도 노사간 임협이 가결된 다음날 진행한 것인지 물음표가 생긴다.

우선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과의 갈등을 공식화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부터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아웃소싱 공정이 인소싱으로 바뀌면서, 해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계약 해지인 데다가, 한국지엠의 어려운 경영 상태에 따른 것이라 좀처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을 것이다. 한국지엠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조간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규직 노조는 작년 초 비정규직을 상대로 '정규직 장사'를 했던 것이 적발됐었다. 작년 말에는 사측에 '인소싱'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하도급 업체 계약 해지에 동의하기도 했다.

손을 맞잡은 한국지엠 노사 관계가 '눈꼴시어서' 훼방을 놓고 싶었을 수도 있다. 정규직 노조는 오랜 대화 끝에 통큰 결단으로 한국지엠의 미래를 생각하는 영웅이 됐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과 대화 자격이 없는 탓에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 중이다. 카허 카젬 사장을 불법 파견을 이유로 고소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노조는 이런 답답함을 무의미한 고소를 넘어 폭력으로까지 풀어내는 모양새다. 관계자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는 작년 11월 30일 파업을 시작한 후 지속적으로 창원과 부평 공장 건물을 훼손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공장 내부로 무단으로 침입하고, 공장 직원들까지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10일 부평 공장에 용역을 배치한 것도 무고한 근로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철수설까지 나오는 위기의 한국지엠을 상대로 '생떼'를 쓰는 것은 물귀신 작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규직 노조, 부평시와 창원시와 시민들까지 나서 통큰 양보를 하고 힘을 실어주는 데에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상생이 절실하다. 정규직 노조는 통큰 결단으로 상처를 꿰매는 데 합의했다. 비정규직 노조도 생채기를 봉합할 수 있도록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대한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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