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기업은행 노사가 올해 초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준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내부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앞서 준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거리다. 정규직 전환은 전직원의 차별을 없애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과제인만큼 직원들과의 합의와 공감대를 얻기 위한 기업은행의 현명한 조율이 필요하다.

2일 서울 중구 소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2일 시무식에서 공동선언을 통해 “앞으로도 준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준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문’에는 90% 이상이 창구 텔러인 준정규직 직원 3,300여명을 올해 상반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비정규직 제로화’를 기조로 삼고 비정규직 고용개선 정책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발을 맞춘 행보다.

기업은행 노사는 상반기 정기인사 이후 빠른 시일 내 전환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대승적인 차원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사는 물론, 직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일부 정규직 직원들의 역차별 문제가 가장 먼저 꼽힌다. 노사가 공동으로 합의한 사항이지만 준정규직을 ‘일괄적으로’ 5급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기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새로운 직급 신설이 아닌 신분이 전환되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준정규직 직원) 정규직 신입행원(숫자)에 맞춰 전환됐다”면서 “많은 수가 된 것도 아니고 한해 100명 수준에서 전환된 것이라서 힘들게 전환되신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 준정규직 전체를 대상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반대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준정규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어도 연차에 따라 임금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모든 준정규직(의 임금)이 다 오르진 않는다”면서 “준정규직으로 오래 근무하신 분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 임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추후 정규직 전환 시 임금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에는 “대규모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 인건비 상승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상반기 내 3,000명이 넘는 직원을 정규직 전환하고 임금 체계까지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조 관계자는 “김 행장의 취임 전 권선주 행장이 재임하던 때부터 추진했던 것”이라며 “노조는 2년 전부터 사측과 관련 TF를 꾸려서 진행했고 김 행장 취임 후 속도를 낸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협의는 1월 중 있을 정기인사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준정규직의 정규직화 관련 임금체계와 교육, 배치까지 관한 협의를 인사 후 진행해야 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과정 중 일부 직원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나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간을 두고 협의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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