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시중은행들이 1월 중순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하나둘씩 철회할 방침을 밝히면서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실명확인에 입각한 가상계좌마저도 제공이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사실상 지난해 말부터 중단된 가상계좌 신규발급이 재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이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고, 기존 계좌도 점진적으로 닫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은행들은 금융당국 주도 아래 회의를 열고 가상계좌 서비스의 제공 여부와 실명확인 서비스 등을 논의했다. 가상계좌를 발급한 신한·국민·기업·농협·하나·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의 담당 임원을 긴급 소집했다. 실무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날 서비스의 중단에 대해서는 은행들의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오는 20일 이후 이 서비스를 시행하려고 했고, 실제로 은행들도 이 시스템을 대부분 구축한 상태였다.

지난해 말 정부는 특별대책을 통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은행 계좌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가상계좌 서비스다.

이날 신한은행이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오는 2월 예정된 주전산 시스템 교체 작업으로 현재 가상화폐 실명확인계좌 서비스 준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지만 실시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당국의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기존 계좌까지 없애라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폐지 지침”이라며 “출금은 되는데 입금을 못하게 하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방침 때문에 서비스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입금 방법이 없어지게 되면서 투자의 길도 막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해당 은행 계좌, 카드를 다 해지하겠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였고 "폐지가 아닌 연기"라는 해명을 해야하는 등 은행들의 진땀을 쏟게 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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