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홍성익 기자] 지난달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4명 연쇄 사망의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경찰 발표가 나왔다. 경찰은 당시 주사제 처방과 제조 및 투약 과정에 관여하고 중환자실 관리를 맡은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초기부터 지적이 나오긴 했지만, ‘병원 감염’이 거의 확실해진 지난 12일 경찰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작년 12월 16일 이곳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이들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한 결과, 이들의 혈액에서 이 균이 똑같이 검출됐다. 상급종합병원이자 감염관리 평가에서 ‘우수’를 받아왔던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 아기들에게 주사한 지질영양주사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이 지질영양주사제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미숙아 사망 위험을 경고한 약물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망 원인 등을 종합해볼 때 병원에서 수액을 혼합하는 작업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간호사 2명과 수간호사, 전문의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 상태를 보였던 아이에 대한 처치가 몇 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의료진의 진료나 처방이 제때 이뤄졌는지 또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홍성익 편집국장대우

사건 당시 이대목동병원에선 신생아중환자실과 소아병동, 소아응급실을 통틀어 고작 전공의 2명이 당직을 맡고, 간호사 4명이 신생아중환자 16명을 돌봤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병원 감염을 합리화할 순 없을 것이다. 당직 체계가 무너지고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상태를 방치한 것도 병원의 책임이다. 문제는 특정 병원과 몇몇 의사·간호사 엄벌만으로 사고재발을 막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중환자실은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다루는 시설로, 병원의 존재 이유가 응축된 공간이다. 첨단 의료장비가 필요하고 의료진도 집중 배치해 마땅하나 현실은 반대다. 국내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은 2011년 1,299개에서 2015년 1,716개로 늘었지만 그 기간 병상당 간호사 수는 1.18명에서 1.04명으로 줄었다. 전문의·전공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문의 1명이 돌보는 신생아 규모는 이웃 일본의 4배를 넘고, 간호사 1명이 맡는 신생아도 호주의 2배 수준이다.

감염 경로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 또한 꺼림칙한 대목이다. 신생아에게 지방산과 열량 등을 공급하는 용도인 지질영양 주사제의 수액 자체가 세균에 오염된 것인지, 개봉 후 수액을 주사바늘에 연결하고 작업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된 것인지 특정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등은 일단 후자일 공산이 크다는 판단이다. 주사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겼거나 이물질이 주입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병원 내 감염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경찰과 보건당국은 감염 경로를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수액 자체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제조·공급 과정을 확인하고 냉장상태로 제대로 보관했는지도 살펴봐야 하겠다. 이 사건이 터진 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전국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사망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공언한 바 있다. 그 약속이 빈말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정부는 이대목동병원과 의료진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신생아 의료 시스템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세상의 빛도 못 보고 떠난 작은 생명들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보내야 했던 부모들을 위한 정부의 소임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병원의 감염관리 체계부터 의료인력, 건강보험 수가 문제까지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2015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병원 내 감염 사고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 병원들은 여전히 병원감염에 취약하다. 국내 의료기관의 마지막 보루인 대학병원이 이러면 환자와 가족들은 어디에 소중한 생명을 맡겨야 하는가. 정부는 병원 감염 관리와 함께 의료시스템 및 관리시스템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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