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015년 세계 최초 비트코인 기초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진할 당시, 이스라엘에서 접촉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투자나 연구 등 구체적 목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북한을 염두에 둔 국가차원의 정보수집이나 견제 행위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운용은 2015년부터 비트코인의 장래성을 간파하고 비트코인거래소 코빗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거래 가격을 지수화해 그 지수를 따르는 ETF 상장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그리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했고, 일본 거래소 마운트 곡스(Mt. Gox)가 해킹으로 파산한 뒤여서 가격도 겨우 200달러 선을 오가는 상황이었다.

한국운용은 2015년 5월 스웨덴 증시에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출시된 것을 거울삼아 ETF 상장을 추진했다. 이 소식은 한 매체를 통해 기사화됐다. 기사가 나가자 이스라엘 측에서 전화가 와서 “언제 상장되냐” 등 관련 정보를 물었다. 구체적 목적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거래도 없던 이스라엘이 국내 기사까지 모니터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운용은 결국 비트코인 ETF 상장을 포기했다. 금융당국이나 한국거래소의 허용 여부가 가장 큰 관건으로 여겨졌지만, 금융투자 상품으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금융상품은 지속성이 중요한데,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금도 이스라엘 측이 접근한 점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만일 투자 수단이 필요했다면 스웨덴 ETN으로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웨던 ‘XBT Provider Bitcoin Tracker One’ ETN은 지난해 11월까지 812.95%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에 이스라엘이 북한의 가상화폐 투자 등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국내 운용사에 접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스의 다간 전 국장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상대로 ‘금융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모사드 국장이 시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자금줄을 끊어 자살 폭탄테러를 크게 줄인 경험에서 나온 전략이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정보전략부 장관은 2014년 12월 “이란은 그동안 미사일과 핵개발 기술을 비롯한 관련 전문 인력들을 북한으로부터 받아왔다”며 “그 대가로 이란은 평양의 핵개발에 자금을 지원해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 핵개발 자금이 이스라엘의 ‘주적’인 이란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북한에 대한 악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UN의 제재를 받아 돈이 메말라 있는 북한은 가상화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유일 사립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외국 전문가의 강연을 수차례 진행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거래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북한의 해킹공격을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보기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스라엘 측이 한국운용에 접촉한 것도 비트코인 ETF 상장으로 혹시 북한 자금 유입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같이 차명계좌를 활용해 북한이 비트코인 ETF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첩보당국은 북한이 시리아와 이란에 지속적으로 핵 기술을 전해줬다는 점에서 조그만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를 통한 북한의 자금세탁이나 범죄거래 등에 대한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면서 “증시를 떠도는 북한 관련 루머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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