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업계가 헬스케어 산업 재편을 모색하고 나섰다. 의료계와의 분쟁이 장기전에 돌입하며 보험사 주도의 헬스케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인 헬스케어를 포기하기보다 의료계와의 협업으로 우회전술을 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보험업계가 의료계와의 협업으로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케어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보험사와 의료계와 협업한 헬스케어 상품이 앞다퉈 출시를 앞두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8월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과 협력해 개발한 당뇨 전문보험 ‘KB당뇨케어건강보험’을 내놨다. KB손보와 가톨릭 서울성모병원의 전문의료진이 1년간 공동 연구를 치러 당뇨 유병자의 합병증 위험도를 수치화했다. 당뇨 관리를 적극적으로 받는 고객에게는 실질적인 보험료 인하 혜택도 준다. 가입고객이 기간별 관리목표 달성과 혈당 조절에 성공하면 보상금을 따로 지급하는 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0월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회사인 '에임메드'와 헬스케어 서비스인 ‘교보건강 코칭서비스’를 론칭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로 보험가입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이밖에 미래에셋생명이 올 상반기를 목표로 헬스케어 상품을 개발 중이다. 삼성화재도 연내 노인요양서비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모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의 선두에 서 왔다.

보험업계는 보험가입자의 건강 수치를 직접 계산해 보험상품을 설계하는 등 직접적인 헬스케어 상품개발을 꿈꿔왔지만 의료계와의 분쟁으로 답보상태였다. 보험업계의 4차산업 상품인 헬스케어를 놓치기는 아쉬운 상황에서 결국 의료계와 손을 잡는 우회전술을 택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두루뭉술한 가이드라인이 불을 지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건강증진보험 상품 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다.

‘건강증진보험’이란 가입자와 보험사가 건강증진을 약속하고, 가입자가 노력을 통해 맥박 등의 수치를 건강하게 개선시키면 보험사가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건강해지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이 낮아지는 데에 착안했다.

건강증진보험 가이드라인은 당초 보험업계가 바랐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해외 헬스케어 보험상품을 돌아보면 원격진료를 활용한 보험이나 환자의 건강 위험도를 차등해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상품 등 국내 환경보다 한층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연계한 건강관리 수준의 건강증진보험 상품은 헬스케어 보험상품의 일부에 그친다.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족쇄’는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의료업계와의 제휴를 통한 헬스케어 상품만 내놓는 데에는 아직까지 의료계와의 분쟁이 불식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남아있어서다”라며 “가입자의 건강 수치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핵심적인 행위를 막는다면 헬스케어 보험상품의 다양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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