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17일 개봉)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힐링 드라마다. 세상에 안 아픈 사람 어디 있냐고, 상처 안 받은 사람 어디 있냐고 되물으며 ‘그래도 살자’고 외친다. 비록 그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할지라도 세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한다. 메시지만 봐도 충분히 영화로 만들 가치를 지닌 작품이나 뻔한 만듦새가 아쉬움을 남긴다.

한 물 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는 우연히 수십 년 전 헤어진 엄마 인숙(윤여정)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료 숙식’되는 곳에서 이민 자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집에 들어왔건만 존재조차 몰랐던 동생 진태(박정민)과 한 방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하는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이 썩 달갑지 않지만 몇 달만 참고 버티자는 생각으로 형 노릇을 한다. 사회에서 썩 인정 받는 존재가 아닌 조하와 진태의 좌충우돌 동거가 시작된다.

'그것만이 내 세상' 리뷰

영화는 힐링 드라마 특유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전형적인 캐릭터들과 뻔한 전개가 그렇다. 왕년 챔피언이지만 반 백수에 가까운 조하와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편견에 갇힌 진태가 다시 세상 앞에 나서게 되는 과정이 그렇다. 게다가 조하와 얽히게 된 재벌가 피아니스트 한가율(한지민)도 남모를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캐릭터다. 한결같이 ‘아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결코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함이다.

이처럼 작위적인 설정이 난무하지만, 아픈 가정사와 누군가의 죽음을 그리는 과정은 어둡게 담아내지 않은 점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비극을 극대화하거나 신파 코드를 강조하지 않는다. 휴먼드라마 특유의 신파적인 설정에 지친 관객에게는 반가울 만한 영화다.

영화에는 곳곳에 공백도 있다. 캐릭터들의 대사량도 많지 않아 사뭇 지루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음악이 영화의 공백을 채우는데 들국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비롯해 쇼팽, 차이코프스키 등의 클래식까지 장르를 아우르는 곡들이 스크린에 울려 퍼진다.

비록 큰 반전이나 울림은 찾아 볼 수 없지만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에 이어 또 한 번 코믹을 입힌 캐릭터를 연기하며 쏠쏠한 웃음을 안긴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서번트증후군 역할에 도전한 박정민은 마치 아이처럼 순수한 연기를 펼친다. 두 사람의 엄마 역을 맡은 윤여정은 친숙한 경상도 사투리와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연기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러닝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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