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리플/사진=리플 공식홈페이지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호재와 악재가 겹친 가상화폐(암호화폐) 리플의 시세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국내 최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6일 오후 9시 기준 리플 시세는 16.7% 하락한 1945원이다. 국제 시세도 떨어졌다. 국제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같은날 리플 시세는 18.96% 하락한 1.4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 빗썸, 코빗, 코인원 시세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열흘 전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폭락한 수치다.

국내 시세로 리플은 지난 4일 4600원을 넘어서며 최고가를 찍은 이후 줄곧 4000원대를 유지하다가 8일부터 하락장에 빠졌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시사했다. 사흘 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며 강하게 경고하자 리플 시세는 2300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거래소에서 시세 하락은 정부 규제가 영향을 많이 준다. 국제 시세와 비교했을 때 ‘김치프리미엄’으로 시세가 약 30% 높아, 국내 시세는 언제든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줄곧 나왔다.

정부 발표와 무관하게 다음날 리플 시세는 반등했다. 미국 최대 모바일 송금사인 머니그램(Moneygram)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머니그램 측은 나스닥과의 인터뷰에서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속도가 XRP(리플)를 사용하게 된 이유”라며 “아직까지 파일럿 단계일 뿐 실질적인 적용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리플CEO 브래드 갈링하우스가 올해 초 밝힌 “세계 5대 송금 업체 중 3곳이 XRP를 결제 시스템 내부의 통화로 구현할 예정”이라는 발언과 맞닿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같은 호재로 XRP는 전날 대비 35% 이상 치솟았다.

16일 오후 9시 기준 가상화폐 리플 국내시세(위), 국제시세(아래)/사진=업비트거래소, 코인마켓캡

하지만 이같은 상승은 잠시였다. 14일부터 국내 시세 뿐만 아니라 리플의 국제 시세까지 모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코다(Corda)의 개발사인 R3가 2년 전 리플과 맺은 협약을 리플사가 파기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악재’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이들의 협약이 체결된 2016년에 R3는 현재 시가로 약 13조원에 이르는 XRP를 리플사로부터 양도받기로 계약했다. 이는 현재 XRP의 시장 유통량인 550억개 중 10%를 차지하는 양으로 전체 발행량 1000억개 중 5.5%에 해당한다.

R3측은 리플사가 옵션계약을 취소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리플 측은 계약 당시 R3가 주기로 했던 반대급부인 자원 조달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계약 취소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또, R3측이 리플에 제공하기로 한 자원을 자사의 블록체인인 코다(Corda) 개발에 모두 쏟았다며 계약 불이행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코인원 측은 “전체 리플 발행량의 상당수가 걸려있는 이번 소송으로 인해 리플 투자자들 불안감에 휩싸였다. 현재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판결이 어떤 방향으로 내려지느냐에 따라 리플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16일 중국의 가상화폐 규제는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세에 타격을 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을 금지한 데 이어 유사 거래사이트와 전자기갑 업체까지 단속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부분 가상화폐 시세가 전날대비 평균 20% 폭락했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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