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에 김정태 현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인사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6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Short List·숏 리스트)을 이들 3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회추위는 지난 9일 27명의 후보군(Long List·롱 리스트)을 16명으로 압축한 이후 1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참여 여부를 물었고, 면접 참여를 고사한 9명을 제외한 후보 7명을 15일 인터뷰했다. 이들의 본인의 강점과 전문성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주제 발표 및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후보들은 ▲중장기 경영전략 ▲기업가 정신 ▲경력 ▲전문성 ▲글로벌 마인드 ▲네트워크 ▲건강 ▲윤리성 등 회추위에서 사전에 정한 세부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회추위의 평가를 받았다.

회추위는 이날 결정된 후보군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과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오는 22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부산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에는 4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후 2015년 연임에 성공했고 3연임을 노리고 있다. 김 회장은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냈고 지난 6년간 하나금융의 실적, 경영지표 등을 종합했을 때 큰 흠결이 없어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3연임을 일찌감치 점쳐왔다.

최범수 전 사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3년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까지 KCB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신한금융 부사장을 지낼 당시 신한금융의 신성장을 이끌고 수익성을 제고해 그 능력을 인정 받았다. 6년 동안 임원으로 재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직접 진두지휘한 인물로 합병 후에는 국민은행 전략기획담당 부행장으로 일하면서 통합 은행의 중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외환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3년 외환캐피탈 사장, 2014년에는 25대 외환은행장으로 일했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을 이끌 행장 후보로도 올랐다.

당국의 일정 연기 요구 탓에 발표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금융당국이 하나은행 검사를 추가 확대하지 않기로 하면서 회추위의 예정대로 숏 리스트가 이날 발표됐다.

하나금융은 최종 후보군을 발표하기까지 긴박한 순간이었다. 금융당국이 회장 선임 연기를 권고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검사 중인 아이카이스트 부당대출 의혹 등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 등의 사실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차기 회장선임을 위한 인터뷰 등 일정을 잠시 연기해달라고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추위에 요구했다.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대로 차기 회장 선임을 진행하면 설사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나금융 노동조합은 김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1호’ 기업으로 지정된 아이카이스트에 최순실·정윤회 등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용비리 의혹은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 대상으로 추려진 10개 은행에 KEB하나은행이 포함됐다는 내용이다.

이를 의식한 듯 회추위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 사항을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은 “이번 최종 후보군은 충분한 자격 있는 후보 추천을 위해 다양한 검증 및 평가를 통해 확정됐다”며 “감독당국이 권고한 대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회추위 진행을 위해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를 개정했고 이에 따라 공정한 유효경쟁을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회추위 일정 역시 감독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연기를 검토했으나 이미 개인별 통보가 완료된 상태로 변경이 어려워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너무 개입한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다. 민간 금융회사 CEO 선임 절차에까지 당국이 목소리를 내면서 관치 금융의 부활을 염려하는 의견까지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김 회장을 회추위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회추위) 내부규범도 바꾸고 감독당국의 권고도 최대한 받아들이려고 한 것은 만약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잡음을 미리 막겠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만약 모든 의혹이 풀렸을 때 (하나금융이) 크게 책 잡힐 일이 없다면 오래 전부터 나온 ‘관치’ 딱지를 인정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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