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김정태 현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예상 밖으로 외부 출신 2인의 거센 바람이 무섭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정식으로 밟기 전부터 김 회장의 3연임을 높게 점쳐왔지만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유효경쟁’에 방점을 두고 내부 1인, 외부 2인의 후보군을 선정함에 따라 경쟁 구도의 변수가 생겼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외부 인사인 최범수 전 대표와 정통 외환맨 김 이사장이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회장 선임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사진=KEB하나은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Short List·숏 리스트)을 김정태 현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김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 인사다.

김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이유로 3연임이 유력시됐던 인물이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후 2015년 연임에 성공했고 3연임을 노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3연임을 무리 없이 해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대항마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여기에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냈고 지난 6년간 하나금융의 실적, 경영지표 등을 종합했을 때 큰 흠결이 없어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했다. 실적에 이어 주가까지 고공행진 하면서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실적에 있어 ‘2조원 클럽’ 진입이 점쳐지고 있고 하나금융은 지난해 약 61%의 주가 상승률을 보여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은행 등 4대 은행주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부산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년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년에는 4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후 2015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효경쟁 구도가 가닥을 잡히면서 변수가 생겼다. 외부출신 2인의 거센 돌풍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 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린 최 전 대표의 이력도 화려하다. 은행, 지주사, 신용정보기관 등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최 전 대표는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3년 신한아이타스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까지 KCB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신한금융 부사장을 지낼 당시 신한금융의 신성장을 이끌고 수익성을 제고해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6년 동안 임원으로 재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또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직접 진두지휘한 인물로 합병 후에는 국민은행 전략기획담당 부행장으로 일하면서 통합 은행의 중재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금융사 구조조정 및 합병을 추진하는 등 굵직한 업무를 맡았고, 상업·한일은행 합병 및 제일은행 매각, 동화은행 등 부실은행 퇴출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특히 경기고 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경기고 출신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인연이 깊다. 최 전 사장은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만큼 돈독한 관계다.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외환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경희고, 연세대 불문과 졸업 후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2013년 외환캐피탈 사장, 2014년에는 25대 외환은행장으로 일했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을 이끌 강력한 행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앞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유효경쟁 체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하나금융 회추위는 유효경쟁 구도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에 따라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거쳐 공정하고 투명한 유효경쟁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권고한 대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회추위 진행을 위해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를 개정했고 이에 따라 공정한 유효경쟁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추위 일정 역시 감독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연기를 검토했으나 이미 개인별 통보가 완료된 상태로 변경이 어려워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선출 절차화 후보군을 놓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유효경쟁이라는 높은 허들로 인해 외부 인사의 경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만큼 김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추위는 지난 9일 27명의 후보군(Long List·롱 리스트)을 16명으로 압축한 이후 1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참여 여부를 물었고, 면접 참여를 고사한 9명을 제외한 후보 7명을 15일 인터뷰했다.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 3명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과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오는 22일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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