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을 암시했다. 정부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당황한 분위기 속에서 공식 입장은 자체하고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이프가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세탁기 공장 조기 가동과 비관세 생산 물량 증대 등의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만큼의 방안은 아니기에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을 암시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세이프가드 발동을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기업이 수출하는 가정용 세탁기 연간 120만대 및 특정 부품 5만개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 ▲첫 해 50% ▲2년차 45% ▲3년차 40% 등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권고안을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ITC의 권고안을 검토해 한국 기업이 생산한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현지 공장의 가동·준공을 앞당겼다. 세이프가드 발동을 최대한 막아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을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공장에 2020년까지 약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약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고 미국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현지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오는 2019년 2월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4분기 이내에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테네시주 공장에는 프런트 로더(드럼세탁기 형)와 톱 로더(통돌이세탁기 형) 등 2개 라인을 만들고 있다. 생산능력은 한국 내 생산라인과 같이 라인당 50만~60만대 수준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산에 대해 덤핑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어 덤핑 가능성은 없다"면서 "세이프가드와 관련해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세이프가드가 받아들여질 경우 피해는 미국 소비자와 노동자, 유통 종사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수입이 가로막힌다면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세이프가드로 인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기반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현재 건설 중인 현지 공장의 정상적 가동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소비자와 가전산업 전반을 고려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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