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제일 큽니다. 낯선 땅에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은행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주는 신뢰도 등에 영향이 있죠. 때문에 공항 영업점은 실적이 좋지 않아도 은행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하는겁니다.”

지난해 6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은행·환전소 사업자에 신한·우리·KEB하나은행이 선정됐다. 2023년까지 운영권을 보장하는 T2 은행·환전소 사업자에 신한은행이 제1사업권, 우리은행 제2사업권, KEB하나은행이 제3사업권을 확보했다. 제1사업권으로 갈수록 영업점 면적이 크다. 세 은행 모두 영업점 1개, 환전소 4개, ATM 4개를 운영 중이다.

제1사업권, 제2사업권을 따내며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은행’이 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을 개점 첫날인 18일 방문했다. 두 은행은 각각 콘셉트를 ‘아트뱅크’와 ‘디지털 뱅크’로 잡았다.

■ 아트 피아노·트릭아트까지 녹아든 영업점…우리은행 ‘아트뱅크(Art Bank)’

우리은행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 내부 모습.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은 입구에서부터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아트포트(ART+PORT)를 지향하는 인천공항의 디자인 콘셉트에 맞춰 사람이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연주되는 아트 피아노를 영업점 안에 들여왔기 때문이었다. 피아노 외에도 일반 영업점과는 달리 트릭아트, 폰 부스 등이 설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빔 프로젝터를 통해 우리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멤버스’, 오픈마켓 쇼핑몰인 ‘위비마켓’ 등에 대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은행이 아닌 문화공간에 온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이 영업점의 인테리어를 직접 맡았다는 최현구 공항영업본부 총괄 본부장은 뿌듯해 했다.

“인천공항 쪽에서 아트포트를 지향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은행은 예술을 접목하기 어려운 분야잖아요. 저희가 제1사업권이 아닌 만큼 인테리어에 공을 더 들이기로 했습니다.”

영업점 한쪽에는 개별 부스로 운영돼 고객 개개인의 금융 정보를 보호하며 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눈에 띄었다. 이 역시 아트뱅크의 일환이다.

영업점 한쪽에는 개별 부스로 운영돼 고객 개개인의 금융 정보를 보호하며 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최 본부장은 공항에 있는 영업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신경 쓰이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고객들의 민원’을 꼽았다. 공항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경우 대다수가 정기적으로 방문하지 않는 불특정 고객이어서 한 번 방문으로 은행의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 지점은 주기적으로 거래하는 분들이 오죠. 때문에 민원이 생겨도 해결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환전 등의 업무를 보러 오는 불특정 고객이 하루에 7,000~8,000명이 되니까 민원을 제일 많이 신경씁니다. 제 철칙은 어떤 민원이든 24시간 안에, 본부장인 제가 직접 가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민원 해결을 위해 대만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공항 영업점에서 일하려면 위기관리능력이 가장 강조되는 것 같아요. 특수한 환경에 놓여있는 와중에도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일해주고 만족도가 커서 감사하죠.”

우리은행은 공항에 영업점 및 출장소가 들어설 때마다 태스크포스팀(TFT) 인력을 공항 영업점에 배치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최 본부장 역시 지난 김포공항 입점 때부터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한 인물로, ‘기관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공항 영업점에서 일하는 행원들도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원이 대다수이며 영업점을 찾는 고객의 30~40%가 외국인인만큼 외국어 자격증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고객들은 주로 면세구역에서만 환전을 하는데 면세구역과 세관구역에 모두 입점한 곳은 우리은행뿐입니다.”

최 본부장은 비행기 환승 고객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은행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은 일반 영업점과 같이 예금, 대출, 외환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24시간 환전소를 포함해 4곳의 환전소를 운영한다. 영업점은 제2여객터미널 동쪽 지하 1층에, 환전소는 ▲1층 입국장 ▲3층 출국장 ▲세관 구역 ▲면세구역에 설치됐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따오는 등 기관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이번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 오픈에 있어서도 전임 행장들까지 최 본부장에 연락을 해 ‘각별히 잘해달라’는 전언이 있을 정도여서 추후 기관영업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에 위치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환전소.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 위성호 ‘디지털 경영’ 녹아든 영업점…신한은행 ‘더 넥스트 브랜치’

신한은행 제2여객터미널 출장소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디지털 경영’이 그대로 반영됐다. 신한은행의 점포를 새롭게 정의한 ‘더 넥스트 브랜치(The NEXT Branch)’가 콘셉트다. 겉보기에는 일반 영업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이지만 영업점 내부에 디지털 체험 공간과 셀프 뱅킹 창구 ‘유어 스마트 라운지’가 배치돼 있어 바쁘게 오고가는 고객들의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유어 스마트 라운지는 2대가 설치돼 있는데, 그 중 1대는 셔터가 내려진 후에도 고객들이 웬만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은행 외부에 위치해 있다. 유어 스마트 라운지를 이용하면 단순 입출금 업무와 체크카드·보안카드·OTP 등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인터넷뱅킹 신규업무 등이 가능하다.

17일 오전 신한은행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 개점행사에서 위성호 신한은행장(오른쪽에서 네번째)과 이광수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이동규 신한은행 제2여객터미널 출장소 차장은 이 지점이 차세대 디지털 뱅크의 시범운영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지난 17일 있었던 개점식에 참석한 위 행장도 디지털 체험 공간과 유어 스마트 라운지를 주의 깊게 보고 갔다고 전했다. 이 차장도 본점 기관고객부에서 근무를 했던 기관영업 전문가다. 신한은행 역시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기관영업에서의 경험이 있는 직원을 공항으로 모셔온 셈이다.

“영업점은 일반적으로 5~7년 주기로 리모델링을 한 번씩 합니다. 이 공항 영업점을 운영해보고 얻게 될 피드백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는 창구가 모두 8개가 있다. 공항에 있는 영업점치고는 꽤 많은 개수다. 간편 상담 창구, 여행객을 위한 대출 창구, 4만명에 달하는 항공사 직원과 공항 상주직원을 위한 창구 등으로 세분화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업무 형태라는 것이 이 차장의 설명이다.

공항 영업점은 임대료가 일반 영업점에 비해 비싸고 환전 업무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대출 등 다른 영업은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여기에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공항 입점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무리한 금액을 써내면서까지 사력을 다하는 까닭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이유가 제일 크다.

실제로 지난해 있었던 입찰에서 제1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한은행이 208억원, 우리은행이 130억원, KEB하나은행이 120억원, 국민은행이 111억원을 각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천공항이 제시한 최저금액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은행들이 얼마나 공격적인 입찰을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차장은 공항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다.

“공항이 갖고 있는 국가적·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은행 이름이 바로 보이는 것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굉장히 큰 효과가 있는 것이죠. 일례로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우 하노이 공항에 입점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걸린 간판으로 대대적인 홍보가 돼 있어요. 그만큼 공항이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TV 광고 등을 통한 광고도 효과가 있겠지만 고객에게 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광고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한은행 제2여객터미널 출장소 근처에 ‘써니뱅크’ 전용 ATM이 세 대 설치돼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신한은행은 해외여행객에게 이미 ‘모바일 환전이 싼 곳’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신한은행 제2여객터미널 출장소는 이를 십분 활용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Sunny)뱅크’ 전용 ATM을 설치한 것이다. 창구를 통하지 않고도 ATM에서 달러화·유로화·엔화를 쉽게 인출할 수 있게 됐다.

이 차장은 ‘환전=신한은행’이라는 공식이 생기게 된 인기비결을 초기 입소문으로 꼽았다.

“타행도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주요 통화를 90%까지 환율 우대를 해줘도 초창기 저희가 쌓은 인지도가 있어서 여전히 신한은행으로 몰리는 것 같습니다. 3층에 있는 은행 환전소들이 새벽에 동시에 문을 열면 신한은행만 길게 줄을 서요. 써니뱅크에서 환전 신청, 외화 보관, 재환전 등이 모두 가능하니 편리함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 제2여객터미널 개점으로 우리은행은 인천국제공항 제1, 2여객터미널, 김포공항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에 입점했다. 신한은행은 주요 4대 국제공항(인천·김포·제주·김해) 여객터미널에 입점해 국내 최대 공항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현재 두 은행은 새로 열린 공항 영업점에 하루 평균 3,000명가량의 고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1여객터미널까지 합치면 1만명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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