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최형호] 강남을 향한 정부의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면서 정부의 규제를 비웃듯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다른 분위기다. 강남에 불고 있는 재건축 바람을 잠재울 심사다. 정부의 재건축 부담금 산정방식을 두고 강남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의 강남을 향한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이번엔 강남에서 불고 있는 재건축 바람을 잠재울 심사다. 사진은 강남의 한 공인중개소.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에 따른 조합원 부담금이 최대 8억원이 넘을 수 있다고 공개한데 22일 재건축 가능 연한을 기존보다 10년 연장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과열을 부추기는 투자자들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힌 셈이다. 과열이 계속되면 세밀한 대책을 추가로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경고장도 내밀었다.

강남이 움찔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예상보다 훨씬 큰 부담금 액수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자칫하다 재건축 사업 포기도 불가피하다는 조합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반포주공 1단지 한 조합원은 “부담금을 7000만원 선으로 예상했는데, 적게 잡아 4억3,000만원 정도 내야 한다고 한다. 더욱이 부담금을 현금으로 내야 하는데, 갑자기 이 돈을 어디서 마련할 수 있겠나”라며 “부담금이 부담스러워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사업을 코앞에 둔 단지들 가운데 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곳도 나타날 조짐이다. 일부 재건축 조합원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정부가 부담금조차 유독 강남에만 높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토부가 서울시 주요 재건축 아파트 20개 단지(강남4구 15개·기타 5개)에 환수제 적용을 검토한 결과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은 평균 3억6,600만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강남4구의 15개 단지의 부담금은 4억3,900만원으로 나타나 평균보다 8,000만원 가량 더 내야 한다.

더욱이 부담금이 가장 높은 단지는 8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특히 이들은 부담금 산정방식에서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보통 입주권 매입시기를 기점으로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해 환수금 형식으로 부담금이 산정된다. 국토부의 적용 기준을 보면 동일한 감정평가를 받은 조합원들도 매입시기에 따라 시세차익이 발생함에도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동일하게 환수금을 내야 한다.

매입시기가 늦어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은 조합원도 수억원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법적 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는 조합원들의 부담금 과중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강남 집값을 당분간 잠재울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한편으론 예상 부담금이 커져 서울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 우려한다.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을 하면 인근 호재로 신규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공급이 활발해지면 어느 정도의 수요를 채울 수 있어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면서도  “그러나 재건축 시장에 초과이익환수금을 높이게 되면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부족한 집이 더욱 귀해 질 것”이라며 “초과이익환수금을 높이는 것보다 강남 규제로 묶인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늘리는 등의 방안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재건축 부담금 세금폭탄으로 인해 강남 인근 신규아파트로 몰리는 ‘풍선 효과’를, 상대적으로 강남보다 부담금이 덜한 강북 재건축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반사이익’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분간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잠재울 수 있어 재건축이 아닌 신규 단지 등 가른 곳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결국엔 이것도 내성이 생겨 조만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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