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진 우울증 관련 사망 소식에 연예계가 침통하다. 전도유망한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마음의 병, 우울증. 혹자는 무엇이 부족하다고, 죽을 용기가 있으면 뭔들 못하겠느냐고 삶을 저버린 이들을 힐난한다. 보통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이기에 죽음이 대중에게 감사함을 모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스포트라이트의 정점에 선 이들은 언제나 눈부시게 화려하다. 그 화려함은 평범한 일상도, 가슴 아픈 일들도 모두 가려버린다. 이를 드러내는 것은 연예인답지 않은 모습이다. 무대에서, 카메라 앞에서 연출된 모습을 보이다가 이를 벗어났을 때 그들에게 자유가 보장될까? 일상에선 더 많은 눈들이 관심을 넘어 때론 감시의 시선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늘 누군가를 의식해야만 하는 상태, 자유를 구속당한 상태에서 그들은 자신의 정신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에 저당 잡히고 만다.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직업이지만 역으로 자신들의 감정은 배설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소리 내어 아프다고 말하기에는 스타라는 이름의 가치 하락이 두렵다. 연예인이란 직업의 특성상 대중에게 소비되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보다 잘 팔리는(나가는) 상품이 되기 위해서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 비로소 ‘스타’라는 이름을 부여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엄청난 스트레스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스타 제조사인 거대 기획사들 역시 이들 상품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고 상업적인 관리만 할 뿐 정신적인 부분은 쉽게 간과해버린다. 대중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빛이 강할수록 어둠은 더 짙게 드리워지는 법이다. 스타라는 강한 빛에 함몰돼 버린 자아는 극단적인 경우 죽음이라는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인간은 누구나 감정의 선순환이 이루어져야만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기쁘고 행복한 것,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것들을 배출해야만 한다. 포커페이스로 일관한 채 켜켜이 묵혀 둔 감정의 배설물들은 이내 고통의 파고가 되어 삶을 잠식하게 된다. 빛에 반사되어 보이지 않는 어둠을 드러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이들이 너무나 안타깝게도 대중의 시선에서 영원히 페이드아웃 돼 버렸다.

그동안 우리는 인내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왔다. 아파도 견뎌내는 것이 성숙한 모습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괜찮아질 때까지 침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리를 내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가. “나 지금 아파” 라고 말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 얘기에 경청해 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우울증과 관련해 잇단 연예인들의 비보를 접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그들 중 누군가 호흡이 불가능할 만큼 입을 막고 버텨내는 것은 아닌지, 나 또한 어설픈 조언을 한답시고 열어야 할 귀를 닫고는 있지 않은지.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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