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사진=SM엔터테인먼트

[한국스포츠경제 김은혜] 와플 먹어, 너도 한번 씹어. 악플 먹어.

故 종현의 유작 '포에트|아티스트'(Poet | Artist)의 3번 트랙 '와플(#Hashtag)'의 가사다. 제목만 보면 와플처럼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만 같다. 멜로디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종현이 담담하게 풀어낸 '와플'의 가사는 듣는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종현은 곡의 가사에 악플과 악플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풀어놨다. 짜증나, 힘들어, 왜 그래?, 하지마 등의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심심했는데 잘 됐어" "고맙지 뭐"라는 표현을 넣어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왜 하필 '와플'이었을까?

와플(Waffle)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먹는 와플 말고도, 또 다른 색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와플을 "쓸데없는 말", "애매한 말", "장황하기만 한 말"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감히 그의 생각을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종현은 '악플'에 대한 정의를 굳이 '욕'이나 '비난'에만 한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쓸데없는 일을 애매하게 만들어 장황하게 늘여놓는 것. 종현의 '와플'을 들으며, 새로 정의하게 된 악플의 범위다. 

'악플'이라는 단어와 '와플'이라는 단어의 유사성을 나란히 빗댄 것도, '와플'의 모양을 해쉬태그의 모양인 '#'에 비교한 것도, 해쉬태그 '#'로부터 이어지는 '악플'을 '와플'에 비유한 것도. 악플, 해쉬태그(#), 와플이 만들어내는 구성은 마치 적절한 생략과 아름다운 단어를 골라 만들어낸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하다. 더 나아가 단어와 멜로디를 가지고 논다. 그리고 가사와 음악을 만든다. 유작의 제목처럼, 종현은 시인(Poet)과 예술가(Artist)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냈던 것은 아닐까.

종현은 생전 자신의 뒷 목에 시인(Poet)과 예술가(Artist)라는 단어를 새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예술가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문신을 새겼다고 전해진다. 그의 간절했던 꿈과, 예술에 대한 열정과, 창작에 대한 재능을 유작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한 대목이다.

종현의 천재성에 감탄하고 싶다면 '와플'을 듣자. 사실 그의 목소리가 담긴 그 어떤 트랙을 들어도 상관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 악플러들을 상대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와플 먹어"라는 새로운 조언을 남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와플 듣고, 와플 먹어!"

김은혜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