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최근 2030세대 재테크의 양대산맥은 가상화폐와 김생민이었다. 통장요정 김생민 열풍이 채 꺼지기도 전에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2030세대의 재테크는 혼돈에 빠졌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연이율 1.5%의 거북이 저축이 일확천금을 이긴다”는 김생민의 말을 가슴에 품고 사는 청년들은 라떼 한 잔과 시발비용을 통장에 양보하는 중이다.
■적금도 심리전…풍차적금·작심삼일·52주 적금
매달 고정금액을 자동이체하는 적금이 지루하다면 매일, 혹은 매주나 매월 다른 금액을 넣는 심리전술을 이용해보자.
풍차적금은 1년간 매월 초 1년만기 적금상품에 가입해 12개의 통장을 만드는 방법이다. 보통 10만원을 기준으로 1월에는 10만원 적금통장 하나, 2월에는 10만원 통장을 하나 더해 2개 식으로 늘려간다. 1년 뒤부터는 매월 적금통장이 하나씩 만기돼 돈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모으기도 작심삼일만에 흐지부지 된다면 ‘작심삼일 적금’도 좋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월, 화, 수 3일만 자유적금을 붓고 목~일요일은 쉰다. 작심삼일에도 변주를 줘 월요일에는 만원, 화요일에는 2만원, 수요일에는 3만원을 넣기도 한다.
26주(반년)·52주(1년) 적금도 재테크 고수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적금 시작 주를 1주로 계산해 26주, 52주간 한 주당 1,000원씩을 올려 적금하면 된다. 첫 주에는 1,000원이었다면 52주차에는 5만2,000원을 넣는다.
정석대로하면 정주행,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원한다면 첫 주차에 5만2,000원으로 시작해 점차 줄이는 역주행, 매주 불어나는 적금이 부담된다면 첫 주 천원, 2주차 5만2,000원, 3주차 2,000원, 4주차 5만1,000원 식의 혼합주행을 선택하면 된다.
저축은행 특판을 노리면 2%대 중반 금리도 따낼 수 있어 금상첨화다.
■‘미션 적금’으로 눈먼돈 모으기…카페라떼·금연·잔돈 적금
출근길 카페라떼 한 잔을 아껴 1년간 모은다면 182만원의 목돈이 돌아온다.
새는 줄 모르고 빠져나가는 소액도 장기지출이 되면 큰 돈이 된다는 ‘카페라떼 효과’에 착안한 카페라떼 적금이 새로운 재테크로 자리잡았다.
아예 라떼적금 전용상품도 출시됐다. KB국민은행의 ‘KB라떼 연금 저축펀드’는 매일 라떼값 5,000원을 연금으로 저축하는 상품이다.
금연적금도 라떼적금과 비슷하게 하루 한 갑의 담뱃값을 저축해 금연과 목돈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1만원 이하, 5,000원 이하 등 푼돈은 ‘저금통 적금’에 모으면 다시 1만원, 10만원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기준을 1만원으로 정한다면 1만3,000원짜리 물건을 사고 7,000원이 남았을 때 자동으로 적금통장에 이체하는 방식이다. IBK기업은행의 ‘IBK평생설계저금통’은 남는 돈을 적금이나 펀드로 이체해 ‘강제 적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생활비 살뜰히 챙기는 ‘생활비 달력’ ‘냉파·생민한 밥상’
한편 직장인, 대학생 재테크 카페에서는 ‘생활비 달력’과 ‘냉파’도 유행 중이다.
생활비 달력은 31개의 주머니가 달린 캘린더로 매일자 칸에 하루 용돈을 넣어 사용한다. 하루 용돈을 2만원으로 정했다면 30일 기준 60만원의 현금을 뽑아 2만원씩 쪼개 넣어둔다. 어제 덜 쓴 돈은 오늘의 용돈으로 넘겨 사용할 수 있고, 매월 남는 돈은 이월하거나 저금하면 된다.
이 방법은 현금 없이 체크, 신용카드만 사용해 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한달 용돈을 정해두면 지키기 어렵지만, 하루 운용 자금을 정해두면 낭비의 유혹도 꾹 참게 된다는 게 생활비 달력 신봉자들의 전언이다.
자취생이나 신혼부부의 ‘냉파’ ‘(김)생민한 밥상’은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냉파는 ‘냉장고 파먹기’의 줄임말로 식재료를 새로 사 모으기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 식단을 해결하는 법을 일컫는다. 남는 재료를 활용하더라도 대충 챙겨먹기보다는 제대로 요리해 끼니를 챙긴다. 여러 재테크 온라인 모임에는 ‘냉파 레시피’ ‘냉파하며 빨리 꺼내먹어야 하는 식재료 순서’ 등 노하우가 녹은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이밖에 야식 모임을 거절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는 등 자신만의 식생활 목표를 정해놓고 다이어트와 절약을 한꺼번에 잡는 다이어트 재테크도 유행하고 있다.
허인혜 기자 hinhye@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