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신세계, 조 단위 대규모 투자 불가피…당장 수익 어려울 것”

[한스경제 변동진] “온라인 사업 강화와 관련해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밝힌 ‘깜짝 발표’가 베일을 벗었다.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1조 원 이상을 투자받아 급성장 중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장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앞선 주자들 역시 경쟁 심화로 적자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등 온라인 사업 관련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신세계

신세계그룹은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과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한 1조 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투자 의향을 밝힌 곳은 페이팔 최초 기관투자자인 ‘BRV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S) Pte Ltd) 등 2개사다.

신세계그룹 이번 투자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할 ‘신설 법인’ 설립한다. 목표는 2023년까지 연매출 10조 원을 달성이다. 이는 현재 출의 5배 규모다.

특히 신설 법인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합병할 예정이다. 한 계열사에 묶어 통합 투자 단행, 의사결정 단일화 등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인 SSG닷컴(쓱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인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은 각각 (주)신세계, (주)이마트에 편입돼 있어 시너지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한 계열사로 묶어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은 물론, 그룹의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여부다. 업계 안팎에서는 당장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배송과 물류 등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게다가 업체들 또한 경쟁이 치열해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성장률은 높지만 수익은 ‘낙제점’에 가깝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이커머스 연거래액은 64조9134억 원으로 매년 20%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래액 규모가 8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적자규모는 무려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만이 700억 원 안팎의 흑자가 예상된다. SK플래닛의 11번가, 쿠팡, 위메프 등 나머지 토종기업들은 최대 수천억 원대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의 경우 2016년 매출 1조9,159억 원을 올렸지만, 5,65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SSG닷컴은 각각 97억 원, 10억 원, 107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업체는 물류와 배송 부문에 대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면서 “당장은 적자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면 판매량은 증가할 것이고, 언젠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사와 판매가격을 맞추기 위해 쿠폰 발행한다던지, 아니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면서 “신세계 역시 물류와 배송 인프라를 강화하려면 쿠팡처럼 수조 원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우정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은 “우리 온라인사업 성과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데 투자사들과 공감했다”면서 “신설되는 사업의 별도 법인은 올해 출범이 목표다. 법인명, 조직 구성 등 세부 사항은 추가 준비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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