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하루 앞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서버다운에 대비하는 한편 거래소 ‘옥석 가리기’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한편으로 금융권의 신규 투자 눈치싸움에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현장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전격시행을 고지했다./사진=연합뉴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0일부터 3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거래실명제가 시작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이용자에 한해 등록을 거친 뒤 입출금을 허용한다. 이미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용자는 출금은 가능하지만 추가 입금은 불가능하다. 예비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가상화폐 전용 신규계좌 개설은 당분간 제한적이다.

신한, 농협, 기업, 국민, 하나, 광주은행 등 가상화폐 거래소와 협업한 6개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가상화폐 거래만을 목적으로 한 신규 계좌개설은 불가능하다. 급여 계좌 등을 만들기 어려운 주부나 학생들의 신규 유입이 원천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거래실명제 분위기를 타고 접속량과 거래량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서버안전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 회원들에게 가상화폐 계좌를 우선 배분하는 방식”이라며 “현업 부서에서 실명제 당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자부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기본 대응은 돼 있고, 실시간 모니터링 인력이 충분해 트래픽이 몰리면 바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이슈와 관계 없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되 실명제 당일은 조금 더 긴장된 마음으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 역시 “신규유입이 제한된 만큼 평소 거래량에 비해 이상증가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화폐 업계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상화폐 거래 자금세탁방지 대책과 신규계좌 개설 제한 등으로 눈치작전을 벌이는 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은행과 금융당국이 규제 방안을 하나씩 꺼내기보다 종합적인 대책을 밝혀야 한다”며 “각 업계의 입장에 따라 방침을 마련하기 보다 대원칙 아래에 행동하길 바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계좌 제한은 금융당국과 은행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을 붙이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장이 많이 차가워진 게 사실이라 신규계좌 개설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빡빡한 제한 속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화폐 거래소의 옥석가리기가 되리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인증도 하나의 과정이 되겠고, 일반 소비자도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신뢰있는 브랜드를 찾아가는 것처럼 규제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거래소는 자체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탄탄한 거래소를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들이 뒷감당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IT적인 측면과 운영, 안정성 측면 등 다각도에서 검증된 거래소만 살아남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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