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방탄소년단, 워너원/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은혜] "음반 시장에도 김치 프리미엄?"

 음악을 음반으로 듣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 음반 시장은 '추억의 뒤안길'에 접어들었다. 관련 산업이 모두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음반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치 가상화페에서 '김치 프리미엄'을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김치프리미엄'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훨씬 높은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가온차트 '연간 음반 판매량 400'에 따르면, 국내 음반 시장의 총 판매량은 2011년 680만장에서 2017년 1600만장까지 치솟았다. 2배가 넘는 가파른 상승 수치다. 특히 2017년은 2016년 대비 57%나 급상승했다. 기존 음반 시장을 주름잡던 엑소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워너원의 음반 판매량이 통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국내 음반 시장.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아마 ‘음반 판매량=성공’이라는 공식 아래 소장 가치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들의 문화가 그 이유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획사의 상술 역시 음반 판매량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팬 사인회를 구실로 한 음반 판매’가 음반 시장을 소생시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비자들은 앨범을 구매하고, 팬 사인회 응모 자격을 얻는다. 운이 좋다면 한두 장으로도 당첨이 될 수 있다.

수십장을 사도 운 없게도 팬 사인회 참석 명단에 들지 못한다면? 대부분의 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앨범을 계속 구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소비자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기획사의 상술을 떠올릴 때 올바른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획사가 이런 수익 모델을 통해서라도 음반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반 판매가 기획사의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음반시장을 석권해왔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17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음반이 차지하는 비중이 36.6%에 달했다. 뒤따른 음원(16.7%), 출연료(16%), 광고(13.8%)보다 훨씬 탄탄한 수익 구조다.

 팬 사인회 응모가 음반 판매, 더 나아가 성공의 기준으로 이어진다면 바람직하지 않을 지라도 그렇게 나쁜 현상만은 아니다. 다만 음반 시장 스스로 성장하지 못하고 기획사의 생존수단의 하나로 전락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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