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노조 “대우건설 졸속 매각 중단 촉구”

[한스경제 최형호] 대우건설 노조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호반건설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호반건설의 매각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잠재가치를 간과한 채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9일 여의도산업은행 본사에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매각관련 반대 기자회견을 열며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의 재산이 아니기에 호반건설과의 일방적인 매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노조는여의도산업은행 본사에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매각관련 반대 기자회견을 열며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의 재산이 아니기에 호반건설과의 일방적인 매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노조.

매각은 반드시 경영능력이 검증된, 기업발전을 전제로 하는 인수자가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 대우건설 매각의 정당성이라며 호반건설은 이를 무시한 채 대우건설 매각에 나섰다며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김우순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호반건설은 매각절차 중 진행된 경영진 면담에서도 대우건설의 가치를 낮게 제시한 것은 해외사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수익성 문제라고 언급하고 있다”면서도 “대우건설의 진정한 가치는 해외사업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의 능력”이라고 못 박았다.

대우건설이 ‘국내시장에 치우진 편협한 사업경험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호반건설을 상대로 간접적으로 비꼰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런 사고를 가진 인수희망자를 아무런 검증과정 없이 적격인수자로 쇼트리스트에 허용한 것은 기업매각절차에 대한 산업은행의 몰이해, 능력결여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매각과정에서 쇼트리스트에서 제외되었던 업체를 뒤늦게 참여하도록 허용한 점에서도 이러한 산업은행의 국책은행으로서의 자격미달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런 행태로 계속 매각을 진행한다면 대우건설의 또 따른 위기를 불러올 것이며, 위기의 책임은 고스란히 산업은행과 현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는 게 노조측 입장이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거론되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대우건설 지분 40%, 인수희망가격은 1조3,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헐값 매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호반건설의 현금 유동성은 7,000~8,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노조 측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또는 절반 이상의 금액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면 그 이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호반건설 인수와 관련해 과거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피해를 예로 들었다. 금호그룹 인수 당시 ‘승자의 저주’를 언급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과거 금호그룹에 특혜 매각된 후 금호그룹의 경영실패로 재무적, 사업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0년 금호그룹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산업은행에 인수된 후, 산업은행 경영진들의 책임 없는 배후경영으로 인해 진정한 국내 1위 건설사의 지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소극적 경영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호반건설이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를 끌어들인다면 대우건설을 인수함으로 인해 전체 계열사들이 자금 유동성 위기를 맞는 금호의 전례가 충분히 되풀이 될 수 있다”며 “인수 이후 대우건설의 다양한 해외 사업 분야에 대한 몰이해로 장기적으로 이익이 날 수 있는 사업부분을 호반건설의 단기적 채무를 위해 구조조정하거나 대우건설의 자산을 처분할 위험성도 다분하다”며 인수 반대 입장을 일관적으로 고수했다.

이어 “기업의 발전에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은 이런 위험성을 얼마나 인지하여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만약 제대로 된 검토가 되고 있지 않다면 현재의 우선협상과정을 당장 중단하고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자금조달과 관련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인수와 관련해 노조 측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호반건설 측에 따르면 건설 포함 호반건설산업의 총 자산이 8조원이고 자기자본도 5조3,000억원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해 긴급하게 노조측이 주장하는 자금 수혈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이 우려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대우 건설의 조직력과 고급인력 등 노하우를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인위적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대우의 장점에 호반의 자금력과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 합쳐지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산은의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는 이르면 다음주 중 이뤄질 전망이다. 산은은 당초 26일에 예정된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1주일 가량 연기한 바 있다. 업계는 산은과 호반건설이 세부적인 조율만 끝내면 이르면 다음 주쯤 대우건설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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