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홍성익 기자] 한국 사회가 늙어 가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학급은 줄어 빈 교실이 늘어가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있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7% 고령화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급속하게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노인 인구수는 725만명으로 14%대에 첫 진입해 ‘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지 불과 17년만이다. 세계에서 고령화 사회 진입이 가장 빠른 일본은 24년보다 앞선다. 급격한 인구고령화에 수반되는 치매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2017년 70만명으로 추산되는 치매환자가 2030년에는 127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치매어르신과 그 가족들의 고통 및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치매예방으로 부터 장기요양 치매등급신설, 치료, 가족지원까지 치매 보호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치매와 관련된 돌봄 인프라와 의료서비스는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었다.

홍성익 편집국장대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치매극복의 날(9월 12일) 행사 메시지를 통해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해 오신 우리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에 따른 질병 가운데 치매는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다. 최근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몸과 마음, 경제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치매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고 지원하는 ‘치매국가책임제’ 정책이 발표돼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만들고자 함에 대해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치매국가책임제의 실현으로 환자와 가족 모두가 고통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치매는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다.

하지만, 그간 국가 차원의 치매 정책에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치매 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치매지원센터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에 편중돼 지역 격차 없는 조기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치매 진행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정신이상 행동 등 서비스 요구에 가족들의 부담이 급상승했다. 이에 정부가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놨다. 작년 12월부터 ‘치매안심센터’가 전국 252개 보건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은 치매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 받은 상담은 새롭게 개통될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든 유기적으로 관리된다. 치매안심센터는 야간에는 치매상담콜센터(전화 1899-9988)를 이용하도록 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치매 핫라인이 구축된다. 치매 관리의 지역 격차를 줄이고, 치매 조기 발견과 투병 기간 내 사례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이외에 다른 내·외과적 질환이나 치과 질환 등이 동반된 경우에도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치매통합진료 수가를 신설하는 등 관련 수가도 개정할 예정이다. 또한, 건강보험이 확대되면서 최대 60%까지 높았던 중증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하게 된다.

그동안 부담이 컸던 식재료비와 기저귀와 같은 복지용구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전국에 350여개가 분포되어 있는 노인 여가시설인 노인복지관에서도 치매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 요양원에서는 치매 어르신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인지 기능이 유지되고 문제 행동이 개선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66세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가건강검진의 15개 항목의 인지기능검사도 보다 정밀화되고 보다 촘촘해진다. 치매환자 중 10∼15%는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나머지도 적절한 치료로 그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이러한 지원 정책은 치매에 대한 조기 개입 및 지속적인 치료 관리, 본인부담률 경감으로 치매로 인한 개인의 고통과 가족의 부양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데 있다.

한편, 치매안심센터 등 관련 기관의 급속한 확산 과정에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민간이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에 대대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해당 기관에서 치매노인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서비스를 위해 치매안심센터 등 관련 시설 종사자들이 전문화 교육과정도 필요하다. 민간의 전문성, 역동성과 국가의 공공성, 안정성이 하나 될 때 치매국가책임제가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는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질병이며 치매를 책임진다는 의미는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에 노인이 될 젊은 세대의 삶도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모든 치매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가족과 국가를 위해 모진 세월을 견디며 헌신하신 우리의 부모님, 선배님들에게 작으나마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고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면 한겨울 삭풍 속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소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가 될 수 있도록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국민의 미래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해 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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