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국내에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소형차가 신흥시장에서는 1등 공신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현대자동차는 국내 공장에서 신흥시장인 남미, 아시아, 중앙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으로 43만5,660대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량의 45.2%에 달하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기아차 리오. 현지 기아차는 월 9,999루블을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금융 프로그램을 판매 중이다. 기아자동차 러시아 홈페이지

현대차의 인도(HMI)·러시아(HMMR)·브라질(HMB)·베트남 등 현지 공장에서도 110만8,811대나 판매했다. 해외 공장 전체 생산량(283만6,995대) 중 39.1%에 해당한다.

이 중 대부분이 소형차다. i10과 i20, 액센트(쏠라리스), 크레타 등이다. 인도와 베트남에서는 투싼도 일부 생산하지만, 판매량은 각각 8,233대, 1333대로 적은 편이었다.

현대차의 소형차는 신흥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작년 쏠라리스가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데 이어, 올해에는 현대차가 위탁 생산하는 기아차 리오가 가장 많이 팔린 모델에 올랐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리오 판매량은 9만6,689대에 달했다. 쏠라리스도 6만8,614대나 됐다.

기아자동차는 유럽에서 시판한 신형 프라이드의 국내 출시를 잠시 보류했다. 기아자동차 제공

베트남에서도 현대차 i10은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일본 토요타 바이오스를 맹렬히 추격 중이다. 기아차 모닝도 경쟁 대열에 합류한 상황이다.

브라질에서도 i10 현지 모델인 HB20이 작년에만 10만5,539대를 팔아치우며 두번째 인기 모델로 등극했다.

신흥시장에서 국산 소형차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실용성이 높으면서도 현지 운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충실히 담아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자동차 도난율이 높은 브라질에서는 HB20에 도난방지 기능을 확대 적용하고, 날씨가 추운 러시아 쏠라리스에는 대용량 워셔액 탱크 및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를 장착하는 등이다.

엑센트는 북미에 신형이 출시됐지만, 국내에는 상품성 개선 모델만 나오면서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자동차 USA

아울러 경쟁 모델 대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소형차들을 점점 보기 어렵게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 인기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신차 출시도 불투명해지면서다.

이미 i10과 i20 등 해외 인기 소형차들은 국내에 출시되지 못했다. 쏠라리스로 판매되는 액센트 신형도 북미에서만 판매 중이다. 작년 유럽에서 출시한 프라이드 4세대는 국내 출시를 검토중이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소형차는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며 “대신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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