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업계가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열풍에 동참하며 기업 문화를 획기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한 달짜리 유급휴가에 항공 혜택을 주는가 하면 패밀리 데이, 유연근무제, 자기개발 프로그램 등으로 일과 생활의 보폭을 맞춰가는 중이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가 한 달 유급 휴가, 자기개발 프로그램 등 통 큰 지원으로 임직원들의 워라밸을 장려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최장 한 달 여의 유급 장기휴가를 전 임직원에게 지원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입사, 근무, 복직하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장기 자기개발 휴가’를 시행한다.

유급휴가 10일을 지원하고, 개인 연차 10일도 붙여서 사용토록 했다. 근무일을 기준으로 20일간 휴가를 갈 수 있어 공휴일을 합하면 한 달이 된다. 휴가자에게는 200만원 한도에서 항공료를 지원한다.

매년 말 부서별로 신청을 받아 연간 휴가계획을 수립하고 한 해의 장기휴가 운영계획을 짠다는 방침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워라밸이 유행하면서 같은 차원에서 일은 확실히, 놀 때도 확실히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문화체험으로 견문을 넓히고, 관광 수준이 아니라 유럽일주나 미국 체류처럼 선진문화를 배울 기회도 확대되리라는 기대로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기업문화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HEART’로 10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존중(Honor)’ ‘효율(Efficiency)’ ‘실행(Action)’ ‘정도(Right)’ ‘협력(Together)’으로 직원 간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퇴근을 권하는 ‘패밀리 데이’는 현대해상이 보험업계 최초로 시도한 복지 시스템이다. 이외 평일에도 6시 30분까지 PC를 정리하고 업무를 마치도록 지원한다.

9일 이상 연달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休-9’도 호응도가 높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직원들은 재충전 시간을 갖고 돌아와 만족도가 높고, 회사 입장에서도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오른다”고 평했다.

교보생명은 휴가를 떠나기로 한 임직원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연차 계획 날짜에 업무 시스템 접속을 원천 차단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연초에 본인이 쓸 연차휴가 계획을 미리 세우고 시스템에 입력하면 휴가 일주일전부터 연차 휴가 안내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며 “휴가 당일에는 업무시스템 접근을 제한해 직장에 나와도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DB손해보험은 ‘9데이 리프레쉬(9일 휴가)’와 ‘1003반차(10시 출근 3시 퇴근)’로, 라이나생명은 ‘9.5제(9시 출근 5시 퇴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한화생명은 ‘불금’마다 팀장급 이상 부서장들이 의무적으로 정시 퇴근하도록 했다.

보수적인 보험업계가 워라밸로 돌아선 데에는 근로시간 총량보다 효율적인 근로를 추구하는 시대상이 크게 작용했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내 사람 챙기기’는 업무 성과로도 드러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휴가를 붙여 쓰거나 유연하게 출퇴근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어도 눈치를 보는 풍토가 남아있었다”며 “최근에는 ‘잘 쉬고 온 직원의 업무 효율성도 높다’,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같이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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