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서울 아파트의 '중간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6억원을 돌파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1억원이 뛴 것이다.

2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가격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작년 말(6억8,500만원) 대비 3%(2,000만원)가 올라 7억500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관련 조사가 진행된 2008년 12월 이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7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위가격은 '중앙가격'이라고도 하며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평균가격이 가구 수로 가중평균이 돼 저가주택의 수가 많으면 평균가가 낮아지고, 고가주택의 수가 많으면 평균가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중위가격은 순수하게 정중앙 가격만 따지는 것이어서 오히려 시세 흐름을 판단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민은행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6억7,613만원으로 중위가격보다 낮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09년 7월 5억203만원으로 처음 5억원대 고지를 밟은 뒤 작년 4월 6억원에 도달하기까지 7년 반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지난달 7억원을 돌파하는 데는 불과 8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정부는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지난 2016년 11월부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로 돌아섰고 작년 8월에는 역대 최강의 규제로 꼽히는 '8·2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일단 지난달까지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단기간에 중위가격이 1억원이 뛴 것은 재건축을 비롯한 강남권의 아파트 단지가 상승세를 견인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강남 11개 구의 중위가격은 8억9,683만원으로 전월(8억6,645만원) 대비 3.5% 뛰었다. 이에 비해 강북 14개 구의 중위가격은 4억7,969만원으로 작년 말(4억7,188만원) 대비 1.65% 상승에 그쳤다.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중앙가격이 한 달 새 3,037만원 오르는 동안 강북 14개 구의 중앙가격은 780만원 상승한 것이다. 

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아파트를 선정해 시가총액의 변동을 분석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달 135.3을 기록해 작년 말(129.8) 대비 4.23% 상승했다. 작년 12월에 한 달 새 2.68%, 작년 11월에 2.08%가 뛴 것과 비교해 지난달 상승폭이 2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들의 중위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 단독주택 중위가격은 6억6,631만원으로 전월 대비 0.32% 오르는 데 그쳤고, 연립주택의 중위가격은 2억5,317만원으로 1.20% 상승했다.

반면 지방 6대 광역시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평균 2억4,040만원으로 작년 말(2억4,064만원)보다 0.10% 하락했다. 울산의 아파트 중간가격은 2억3,422만원으로 전월 대비 1.11% 떨어졌고 대구는 2억4,676만원으로 0.19% 하락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 정책이 명백히 실패로 끝난 점에 비춰 문재인 정부 역시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