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김선호는 MBC 종영극 ‘투깝스’의 최대 수혜자나 다름없다. 극중 사기꾼 공수창으로 변신, 영혼이 빙의 된 강력계 형사 차동탁(조정석)과 브로맨스를 펼쳤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연기상 2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2009년부터 대학로에서 실력을 쌓은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김선호는 지난해 ‘김과장’을 시작으로 ‘최강 배달꾼’ ‘투깝스’에 연달아 출연하며 대세 배우로 거듭났다. 조정석에 존경심을 드러내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점점 잘생겨지는 것 같다.
“성형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웃음). 거의 밤샘 촬영을 했다. 끝나면 좋을 줄 알았는데 시원섭섭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 게 없어서 허탈하더라.”

-공수창 역에 캐스팅 된 과정이 궁금하다.
“‘최강 배달꾼’ 촬영 중에 ‘투깝스’ 오디션을 봤다. 다음 작품에 바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아서 고민했는데, 감사하게도 계속 불러줬다. 밤새 촬영하고 자다가 추리닝 입고 오디션 보러 갔다. 작가님이 ‘김과장’ 때를 기억하고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처음엔 호야가 연기한 독고성형 역으로 오디션 봤다. 고봉숙 역 오디션 보는 여배우 상대 연기를 맞춰줬는데, 그 느낌이 좋았다며 공수창 역을 제안 받았다.”
 
-공수창과 싱크로율이 높아 보였다.
“아무래도 내 실제 모습에서 캐릭터가 나오니까 비슷한 점이 있다. 친한 친구랑 있을 땐 수창이처럼 밝고 위트가 있다.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할 정도로 말도 많다. 진심을 가볍게 툭 이야기하는 것도 비슷하다. 수창이 가볍게 얘기할 때 실제 내가 말 할 때 느낌을 내고 싶었다. 아직도 평소에는 수창이 말투가 나온다.”

-김선호에게 청재킷이란.
“향후 3년간은 청재킷과 흰 후드티를 멀리 하겠다. 후드티에 레옹이라고 써있는데 다들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 아무 의미가 없다. 이번 겨울 정말 춥지 않았냐. 5벌을 번갈아 입었다. 발열 조끼 입고 핫팩을 붙여도 소용이 없었다. 청바지 무릎이 찢어져 있어 내복도 찢어서 입었다. 청재킷 모델 한 번 해보고 싶다(웃음).”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는데.
“운이 정말 좋았다. 난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김과장’부터 ‘최강 배달꾼’ ‘투깝스’까지 모두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좋은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감동적인 일들이 많아서 감사한 한 해였다.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재미가 있더라.”
 
-‘투깝스’가 가장 애착이 갈 텐데.
“어떤 작품이 더 애착이 간다고 할 수는 없다. ‘김과장’은 모든 게 새로웠고, 첫 주연 작인 ‘최강 빼달꾼’은 또래들과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투깝스’는 평소 존경하던 정석 형과 연기해 영광이었다. 오래 전부터 형의 팬이었다. 형의 연기에 빠져 내가 연기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다. ‘투깝스’는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할 때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
 
-조정석과 브로맨스 호평이 많았는데.
“처음엔 조금 떨렸다. 형이 점점 내게 마음을 여는 게 느껴졌다. 형이 날 믿어줘서 이런 케미가 나올 수 있었다. 빙의 된 역할이니까 서로 의견을 물으면서 조율해 나갔다. 막바지에는 바로 ‘선호야 가자’ 했는데 ‘와 좋다’고 했다. 말을 안 해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혜리 연기력을 칭찬했는데.
“혜리는 인성적으로 훌륭한 친구다. 처음부터 낯가림이 없어서 놀랬다. 상대배우를 정말 편하게 해준다. 함께 연기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연기력 논란으로 시청자들이 혹평 할 때도 ‘오빠 저 괜찮아요!’ 하면서 더 밝은 모습을 보이더라. 이런 과정들을 누구나 거치지 않냐. 혜리가 어른스럽게 헤쳐나가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할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다.”

-전개 등 아쉬운 점은 없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지만 조심스럽다. 시간도 부족했고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 조금 전개가 생략된 게 보였다. 배우가 그 부분을 책임지고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 마지막에 내가 깨워난 걸 보고 다들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묻더라. 혜리와 러브라인도 잘 정리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연기력 논란이 없는데.
“태생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어렸을 때 내성적이어서 남 앞에서 책도 못 읽었다. 숨도 안 쉬어질 정도였다. 열아홉 살 때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갔다. 속마음을 얘기하는 게 어려웠는데, 캐릭터에 대입시켜 표현하니까 새롭고 희열도 느껴졌다. 대학로에서 공연 하며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난 게 행운이다.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다.”
 
-신인상vs우수상 중 더 기뻤던 건.
“둘 다 뛸 듯이 기뻤지만 아무래도 신인상은 평생 한 번 밖에 못 받으니까 더 기뻤다. 부모님이 기대할까 봐 시상식에 간다고 말도 안 했다. TV에 나오는 멋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눅이 들더라. 넋 놓고 있었는데 신인상 호명이 돼 머리가 하얘졌다. 우수상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PD님이 ‘내가 선호씨 뽑았는데 우수상 받아서 기분이 좋다’고 해 울컥했다.”
 
-예능 출연 마음은 없나.
“약간 두렵다. 배우로서도 시청자들에게 낯선데 ‘예능에선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이 된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도 무섭더라. 예능을 통해 혹시 오해 받거나 선입견이 생길까 봐 겁난다. 아직은 연기 욕심이 더 크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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