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KBS2 종영극 ‘저글러스’는 백진희에게 절실한 작품이었다. MBC 종영극 ‘미씽나인’ 이후 약 9개월 간의 공백은 백진희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긴 고민과 자책, 반성 끝에 만난 ‘저글러스’에서 백진희는 5년차 베테랑 비서 좌윤이 역을 맡아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저글러스’가 1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큰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사실 다른 채널에서 먼저 드라마들이 시작했다. 우리 드라마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경쟁작이 너무 재미있으면 우리에게 기회가 안 돌아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부분을 걱정했는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첫 방송 전부터 고민이 많았나 보다.

“리딩을 하고 나서 고민이 많이 생겼었다. 나는 촬영을 2주 앞두고 마지막에 캐스팅이 됐다. 윤이는 5년차 비서이기 때문에 프로답게 보여야 했는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내가 진짜 비서가 되기 전에 비서가 돼야 했기 때문에 겁이 많이 났다.”

-촬영을 준비하는 기간이 힘들었나.

“힘들었다기 보다는 긍정적인 마음고생이었던 것 같다. 더 잘 되기 위한 고민이었으니까.”

-어떤 점들을 고민했나.

“방송 초반에는 윤이의 몫이 컸다.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잘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드라마가 잘되려면 초반에 윤이가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비서가 하는 일들의 범위가 너무 넓어 놀랐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나도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비서가 이런 일까지 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비서 교육을 받고, 실제로 비서로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 보니 드라마에 나온 내용은 정말 일부더라.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다. 작가님이 실제 비서들이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다고 하더라. 드라마이기 때문에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한 건 있겠지만 전혀 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정말 비서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직업이 절대 아닌 것 같다.”

-전작 ‘마녀의 법정’에서는 연인 윤현민이 호평을 받았는데.

“연인이 출연한 작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부담 같은 건 없었다. ‘마녀의 법정’이 잘된 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고, 또 나는 나대로 ‘저글러스’를 끌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이는데, 수치상으로 안 좋게 될까봐 걱정됐던 게 사실이다.”

-윤현민은 어떤 말을 해주던가.

“서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저글러스’ 촬영 초반에 내가 다리를 다쳤는데, 그 부분을 걱정을 많이 해주더라.”

-다리 부상 때문에 촬영이 쉽지 않았겠다.

“카메라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앵글을 잘 조정해 줘서 극 초반엔 내 발이 잘 안 나왔다. 주위 많은 분들이 양해를 해줘서 잘 촬영할 수 있었다.”

-‘인생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미씽나인’ 이후 8~9개월 정도를 쉬었다. 나름대로는 꽤 긴 시간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 더 절실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었던 게 오랜만이다. 현장에 가는 길이 설레서 떨릴 정도였다. 그런 작품에 출연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감사하다.”

-새해 계획이 있다면.

“아직 해가 바뀐 게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29살이 됐다는 것도, 서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실감 안 난다. 그래서 특별한 계획을 생각해 보진 않았는데, 사실 그냥 작품을 계속 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일 것 같다. ‘저글러스’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잘 해내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는 것 같다. 큰 행복을 바라다 보면 작은 것들을 잊게 된다.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감사하면서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사진=제이와이드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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