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보험업계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 가운데 연임보다는 새로운 수장 취임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성적표가 좋지 않았던 생명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손해보험업계는 호실적을 방패로 연임에 성공한 대표들이 눈에 띈다.

보험사 대표들의 임기가 오는 3월 대거 마무리되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수장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좌측 상단부터)양종희 KB손보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보 사장, 김정남 DB손보 사장, 박윤식 한화손보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사진=각 사 제공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3월 안양수 KDB생명 사장·권오훈 하나생명 사장·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사장·하만덕 PCA생명 부회장·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등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생보업계는 지난해 실적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CEO들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과 안양수 KDB생명 사장은 실적 그래프가 고꾸라지면서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 사장은 재임 기간 발생한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의 이미지를 채 털어내기도 전에 실적도 반전 드라마를 쓰지 못했다. 때문에 임기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안 사장은 임기 만료 전 이미 후임 인사가 낙점된 상황이다.

오익환 DGB생명보험 사장도 연임 포기 의사를 비치면서 교체로 가닥을 잡았다.

권오훈 하나생명 사장은 대표로 재직하며 눈에 띄는 실적 하락도 상승도 없었던 점에서 연임 가능성을 점치기가 어려워졌다. 조직 안정화를 위해 권 사장이 연임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과 최근 10년간 하나생명의 대표로서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 없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사장과 하만덕 PCA생명 부회장은 내달 회사 합병에 따라 공동대표를 선출할 방침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교체가 불가피하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임기는 남겨뒀지만 이달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거취가 불분명하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전 KB생명 사장)은 ‘박수칠 때 떠난’ 수장이다. 지난해 실적과 조직 효율화를 이끌어내며 경영 능력은 인정 받았지만 ‘2+1’(2년 임기+1년 연임)을 채운 상태인 데다 1952년생으로 고령인 만큼 연임이 불투명했다. 임기를 채우기 직전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깜짝 선임되면서 허정수 당시 KB국민은행 부행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은 지난해 일찌감치 연임을 보장 받았다.

반면 손보업계의 연임 기상도는 맑다. 손보업계 CEO들은 대부분 임기가 끝나기 전 연임이 확정되거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기 만료를 세 달여 앞두고 연임이 결정됐다. 양 사장은 직전 국민은행장 후보추천 검증 과정에서 행장직을 고사하며 KB손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6년 3월부터 이끌어온 신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양 사장의 의지가 분명했던 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공로가 인정되면서 무사히 연임에 성공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모자람 없이 잘 나왔고, PMI(인수 후 통합)도 순조로웠다”며 “KB손보가 순항하며 연임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옮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연임이 유력하다. 3년 연속 최대실적을 갈아치우면서 ‘탄탄대로’라는 평까지 나온다. 한화손보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6년보다 28.9% 늘었다. 흑자 행보는 박 사장이 한화손보 대표가 된지 1년만인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는 지난달 10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연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흑자전환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세도 뚜렷해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이 되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은 지난해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고, 사명 변경에 따른 조직 안정화 이슈가 잔존해 연임에 무게가 실렸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도 지난해 12월 부회장 승진 성과를 맺으며 연임이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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