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개당 7억원에 달하는 대형 골드바가 시중은행에 등장했다. 그간 시중은행들이 내놓았던 골드바 중 가장 가격이 높았던 것이 5,000만원 중반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집 한 채 가격과 맞먹는’ 골드바가 출시된 것이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실물자산이자 안전자산인 금의 수요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중량 12.5㎏ 라지 골드바(Large Gold Bar) 판매를 시작했다. 라지 골드바는 가로 25.4cm·세로 5.5cm·높이 4.2cm의 직육면체 모양의 런던금시장연합회(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의 표준화된 규격이 적용된다. KEB하나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주문하면 최대 4영업일 이내에 수령할 수 있다. 가격은 5일 기준 6억8,300만원(VAT 포함)이다.
이미 판매 중인 골드바 상품(1㎏·100g·10g) 외에 KEB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단독 판매하는 상품이다. 그동안 골드바 개당 가격은 최대 수천만원 선이었는데, 이번 상품의 출현으로 억 단위의 실물 금 판매는 처음 이뤄지게 됐다. 5일 기준 한국금거래소에 안내된 LS니꼬동제련㈜의 1㎏ 골드바는 5,388만원이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LS니꼬동제련㈜의 골드바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이 공급하는 골드바는 대개 1㎏, 100g, 10g로 ‘라지 골드바’는 공급대상이 아니지만 이번 KEB하나은행과 협업하여 개인 고객 대상으로 소수물량을 공급하게 됐다는 것이 KEB하나은행의 설명이다.
라지 골드바의 출현은 자산가들이 달러화,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대체투자를 늘림에 따라 이에 발맞추는 은행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상화폐 이슈 등 세계 경제의 예측 불가능성이 증가했고, 대내적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및 보유세 개편까지 예고돼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증가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광풍’이 불어 닥치던 지난해 12월 말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로 몰리면서 금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반토막이 나면서 안전자산이자 실물자산인 금의 가치가 한 번 더 입증된 셈이 됐다.
오는 4월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이뤄진다. 다주택자가 서울 등 전국 40곳에 달하는 조정대상 지역의 집을 팔 때 최대 62％의 양도세를 내게 된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유세 개편도 예고됐다. 금융권에서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3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리테일마케팅부 관계자는 “이러한 신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시중은행에서 판매됐던 최대중량 1㎏ 한도 내의 골드바를 넘어 라지 골드바 판매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실물자산 선호 고객들의 포트폴리오 확장 수요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KRX금시장, 골드뱅킹 등 투자방법에 따른 금 투자는 다양화돼 있지만 그보다 큰 수요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함이라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 최초 판매사례인 만큼 현 상황에서 수요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안전자산 중 평소 금에 관심이 있던 고객들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금은 달러화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지난해에 이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달러화와 달리 금은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수혜를 누리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해 최고 기록을 새로 썼을 정도다.
금과 같은 원자재는 주로 달러로 거래된다. 때문에 보통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표시 가격이 오르게 되고, 가치가 상승한다. 또 투자 자금도 달러에서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라지 골드바 출시 기념으로 KEB하나은행은 라지 골드바 구매 손님 전원에게 황금개(犬) 골드바(10g)를 추가 증정하는 이벤트를 3월 말까지 진행한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