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최근 몇 년 간 신탁 사업 확대에 집중하던 은행들이 올해도 연초부터 이색 신탁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탁수수료 이익이 은행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탁업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신탁업은 예금·주식·부동산 등 고객의 자산을 은행이 운용·관리·보관해 주는 서비스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일 있었던 금융혁신을 위한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방안 간담회에서 “신탁업을 관리, 운용, 개발형 등으로 구분해 업무의 위험도를 반영하여 세분화하고, 이에 따라 자본금요건도 완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일본, 영국 등 해외사례와 같이 치매, 유언신탁, 펫 신탁 등 특화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후 신탁 사업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유언기부신탁을, KEB하나은행은 양육비 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사진=각 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의 신탁관련이익은 2013년 3,962억원에서 2015년 6,183억원, 2016년 6,871억원으로 늘었다. 신탁수수료 이익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지만 은행들이 한해 벌어들이는 이익을 따져봤을 때 그리 큰 비중이 아니다. 은행별로 비교해 봤을 때 한해 신탁수수료 이익이 겨우 100억원대에 머무는 곳이 있을 정도로 다른 비이자이익보다는 성적을 잘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신탁 시장에서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펫 신탁, 치매 신탁 등 이색 신탁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고, 올해도 연초부터 이색 신탁 상품이 쏟아졌다. 신한은행이 최근 내놓은 유언기부신탁, KEB하나은행의 양육비 지원신탁 등이 그 예시다. 유언기부신탁은 금전 재산을 은행에 신탁으로 맡긴 뒤 일반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잔액을 계약서상 명시해놓은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 등에 기부하는 상품이다. 양육비 지원신탁은 목돈을 신탁에 맡겨 양육비를 관리하고, 미성년 자녀에게 매달 일정금액을 안정적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은행들이 신탁 시장을 키워나가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당장 이익이 크게 나지 않지만 매년 이익이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이익 중에서도 신탁수수료 이익은 성장가능성이 높다”며 “은행들이 신탁 사업 확대를 시도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는 이렇다 할 실적이 없지만 매년 순익 증가율이 20~3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제 막 각광받고 있는 만큼 초반에 타행과 차별화 전략을 쓰려는 이유도 있다. 타 분야에 비해 미개척된 시장이라는 얘기는 초기 선점이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펫 신탁’이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을 개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보편화된 상품은 아니라 좌수와 금액이 타 신탁 상품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추후 가입 고객이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자산관리(WM)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유언 신탁의 경우 고액자산가를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생전에는 자산관리로, 사후에는 원하는 대로 상속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의 경우 이색 신탁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상품인데,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알려지는 시점”이라면서 “특히 고액자산가들이 생전에는 자산관리 목적으로 유지하다가 사후에는 (본인이) 시점을 정해 자산을 나눠 상속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해 많이 가입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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