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검은 금요일’의 충격을 받은 가상화폐가 가격 반등에 실패하며 시장 경색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의 찬가가 끝났다는 분석이 앞다퉈 나오면서 대장코인격인 비트코인의 시세는 한때 600만원대로 추락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지난달과 이달 초 대폭락을 겪은 후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장기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며 가상화폐 시세가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일 768만6,000원을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6일 600만원대에 진입했다.

정부발 가상화폐 거래 규제가 시장경색의 출발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불자 가상화폐 거래실명제와 자금세탁 방지 대책 등 다양한 규제안을 쏟아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등이 규제 강화에 동참하면서 국제시장도 차갑게 식었다.

각종 충격파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신뢰성도 희석됐다.

지난달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자 가상화폐 시장은 눈깜짝할 새 급락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이 압수수색을 당한 지난 1일에도 가상화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시행 비율은 10%에 채 미치지 못했다. 은행들이 실명제 전환을 해야 하는 계좌 174만5,000개 중 지난 4일을 기준으로 14만3,300개만 실명으로 전환됐다.

은행권과 실명계좌를 트지 못한 거래소들은 거래 자체를 아예 중단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피아는 지난달 말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예고한 대로 6일부터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지난달 30일 시행된 이후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그친다.

해킹과 서버다운도 고질병이다.

지난 5일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지난해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를 최소 두 군데 이상 해킹해 26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했다”라고 발표하며 불안감이 고조됐다.

가상화폐의 거품이 더 꺼지리라는 분석은 시시각각 등장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 브리프에 지난 4일 게재된 ‘최근 비트코인 가격급락 현상과 가상통화 생태계’ 보고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겪고 있으며 사이클상 대폭락 직전인 금융경색 단계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창안한 거품의 생성·붕괴에 관한 신용 사이클 모델에 따르면, 통상 거품은 대체, 호황, 도취, 금융경색, 대폭락 등 다섯 단계를 거친다. 현재 가상화폐는 금융경색 단계라는 게 보고서의 시각이다.

가상화폐 거래 어플리케이션의 이용자도 한달 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은 6일 작년 10월 3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14주간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2만3,000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가상화폐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2주째 감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에 기반한 실명거래와 자금세탁 방지 등의 규제를 유지하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간담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가상통화(가상화폐) 거래를 억제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어디까지나 투자자보호 장치와 자금세탁방지 기능을 갖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가상통화는 세 가지 기준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불법 투기는 차단, 과열은 누른다, 블록체인은 육성한다는 세 큰 틀로 규제를 진행한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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