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은행계 카드사들이 지난해 카드수수료 인하 출혈을 타 사업 축소로 긴급봉합했지만 악재가 더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올해 카드수수료 인하와 최저금리 조정에 따른 여파가 예고된 만큼 카드사들의 제살 깎기는 심화될 전망이다. 결국 고객 서비스 축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신한금융지주

8일 신한금융지주가 발표한 2017년 실적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전년 대비 27.6% 증가한 9,13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4분기 순이익은 1,33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9% 줄었다.

실적만 두고 본다면 가파른 성장세지만 상반기 일회성 수익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분기 충당금 산정방식을 변경하면서 충당금 설정 모형을 바꿔 약 2,758억원의 대손충당금이 환입됐다. 또 비자카드 주식을 매각하면서 80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악화가 가시화됐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환입 부분이나 비자 주식 매각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영향으로 순익이 더 빠져야 했지만 비용 절감 등의 자구노력으로 방어전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카드는 구 외환은행과의 통합 비용이 사라지면서 전년과 비교해 순익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년대비 40.7% 증가한 1,06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2016년에는 합병비용의 부담 때문에 순익이 다소 좋지 않았다면 지난해에는 외환은행과의 합병 비용이 사라지면서 그 전 해와 비교해 오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TV광고, 극장 광고 등을 송출하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을 보전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지점과 영업소 통폐합, 광고 축소 등으로 운영비용을 줄였다.

다만 하나카드는 전업계 카드사 전체 순익에 비춰 한 해 선방했다. '1Q' 카드의 인기로 신용판매가 올라가면서 실적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직까지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은행계 국민카드와 우리카드의 지난 3분기 성적은 더욱 어둡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3분기 813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12.01% 마이너스 기록을 냈다. 국민카드도 같은 기간 2,3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2354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여신금융협회가 1일 발표한 ‘2017년 3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19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결제액이 늘었는 데도 수익이 감소한 결정적 이유로 카드 수수료 인하가 꼽힌다. 우리카드는 순수수료수익은 2016년 3분기 123억3,8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61억9,9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자체 비용절감으로 수익 방어전을 벌이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게 카드업계의 중론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실적 방어가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비칠까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용절감 노력들과 신수입원 발굴 덕분에 지난해는 상쇄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최고금리 인하와 카드수수료 악재가 겹치며 수익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범위를 확대하면 연간 4,438억원이 증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오는 7월과 내년 1월의 조정을 더하면 수익 감소세는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악재에 따른 여파는 고객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입을 모았다. 최고금리 조정과 카드수수료 인하가 맞물리면서 전통적 수입원이 침체되면 가장 먼저 줄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 악화가 예상되면 최우선적으로 축소하는 게 마케팅, 프로모션 등 대고객 서비스 비용”이라며 “카드수수료가 하향조정되면 될수록 일반 고객들의 혜택도 유지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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