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봉태규/사진=봉태규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재벌 3세 악역 캐릭터는 신선하지 않다. 그동안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 드라마 ‘리멤버’ 남궁민 등 이미 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낸 배우가 있다. 수목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리턴’에서 분노조절 못 하는 악역을 맡은 봉태규다.

배우 유아인/사진=영화 '베테랑'

천만 관객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는 재벌 악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 캐릭터다. 세상 어느 하나 무서울 것 없는 재벌 3세로 ‘망나니’이란 말이 어울린다. 상습적인 약물 복용은 물론 예측불허 망나니 짓을 일삼고, 뒷수습을 책임지는 든든한 배경과 충실한 조력자 최대웅 상무(유해진 분) 덕분에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배우 남궁민/사진=SBS드라마 '리멤버'

남궁민은 소름 돋는 갑질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2016년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남궁민이 연기한 캐릭터 남규만은 그야말로 ‘갑질’ 끝판왕이었다. 한 예로 남규만은 여성 종업원들을 불러놓고 새로 산 자동차의 열쇠를 보여주며 “개처럼 짖으며 술을 마시면 이 차 키를 주겠다”고 외친다. 또 여성을 죽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누명 쓴 사람은 어쩌냐”는 친구의 말에 “내 죄야? 쥐뿔도 없는 그 인간 죄지. 누가 나 대신 감방 가 달래?”라고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

배우 봉태규/사진=SBS드라마 '리턴'

‘리턴’에서는 봉태규가 맡은 김학범뿐 아니라 대기업 후계자 강인호(박기웅 분), 유망 기업 대표 오태석(신성록 분), 국내 최대 종합병원장 아들 서준희(윤종훈 분)까지 4명의 금수저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바람을 피우고 마약을 하면서 폭력도 수시로 일삼는다. 시청자들은 ‘악벤저스’라고도 부른다.

‘악벤저스’ 중 봉태규가 연기한 김학범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유아인, 남궁민과는 비슷하면서 다르다. 김학범은 때와 장소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더 사소한 일에 분노한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변화가 심히 많다. 오토바이가 자신의 차를 추월한 것만으로도 분노를 이기지 못한다. 돈을 먼저 건네고 운전자를 두들겨 팬다. 사체유기를 자수하려는 서준희를 말리던 김학범은 실수로 머리를 맞자, 순간 눈빛이 변하며 벽돌로 머리를 내려친다. 뻔뻔하지도 않다. 친구의 머리를 돌로 내리치고 눈물을 흘린다. 화를 내다가 갑작스레 웃는 것도 다반사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힘주어 강조하지 않는 점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친한 카 딜러가 자신의 요구에 말이 길어지자 “기어오르지는 말자. 형. 새끼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김학범의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생각 따위는 행동 다음에 잠깐 할까 말까 정도랄까. 해리성 인격 장애가 따로 없다. 봉태규는 제작발표회에서 “나는 그냥 나쁜 놈이다”라며 “너무 악랄한 캐릭터여서 부담감에 출연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봉태규의 드라마 출연은 단막극과 특별 출연을 제외하고는 11년 만이다. 봉태규는 “미니시리즈는 11년 만에 출연한다. 이렇게 즐겁게만 촬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리턴' 포스터/사진=SBS

‘리턴’은 32부작으로 현재 14회까지 방송됐다. 극 중 강력계 형사로 분한 이진욱과 악벤져스 4인방의 대결 구도가 심화하면서 더 많은 인물이 새롭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터만 봐도 주인공 오른편에 있는 4인방은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켰지만, 왼편에 있는 6명의 정체는 불명확하다. 아직 18회가 남은 만큼 오랜만에 돌아온 봉태규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이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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