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재매각도 힘들어 ‘안갯속’ 호반건설 체리피커 불명예

[한스경제 최형호] 호반건설이 결국 대우건설 인수에 손을 뗐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리스크 부담이 이번 인수포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다만 호반건설은 이번 인수전 포기로 인수합병 시장의 ‘체리피커’ 불명예 꼬리표는 떼지 못할  전망이다. ‘체리피커’란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을 차리기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소비자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호반건설이 결국 대우건설 인수에 손을 뗐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리스크 부담이 이번 인수포기의 가장 큰 원인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그간 호반건설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만큼 인수전 참여 의사를 번복한 일이 잦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등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다가 막판에 발을 뺀 전력이 있다.

업계는 호반건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까지 간 만큼 정밀실사 등 인수합병을 위한 세부적인 조율만 끝내면 별 문제없이 대우건설을 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말 많고 탈 많던 이번 인수전은 “혹시나 했던 일이 역시나”로 끝났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인수전을 두고 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비유될 만큼 업계 최대 M&A(인수합병)라 불리던 인수전이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산업은행도 이번 인수 불발의 가장 큰 원인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리스크를 간과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부진한 해외사업 결국 인수 ‘발목’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사업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 해외사업 부실로 인한 리스크를 꼽았다.
실제 대우건설은 호반건설의 매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연이은 해외 프로젝트 부실이 발생했다. 준공을 앞둔 현장은 물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까지 대형 부실의 징후가 감지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도 리스크가 감지됐다. 손실규모는 3,000~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우건설은 2014년 6월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카타르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는데, 3분기 1450억원의 손실을 반영하며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링고속도로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설상가상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높은 사업장은 지난해 2월 수주한 '이링 고속도로'. 공사 기간은 2020년 8월14일까지며, 계약금액은 69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도 전 사업이 지체돼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카타르 고속도로 장비를 이어받지 못해 건설장비를 렌탈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비용 발생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카타르뿐만 아니라 추후 돌출할 수 있는 해외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에 진행되는 과정에 이런 리스크가 감지되자 주저 없이 인수를 포기했다.  

호반건설은 이날  "더이상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며 이날 오전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이다.

호반건설 인수 담당자들은 전날 오후 늦게 산업은행 담당자들을 만나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한 뒤 김상열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회장이 숙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의 인수포기 결정에는 전날 대우건설의 연간 실적발표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카타르 등 중동 등지에서 4분기 대규모 해외 손실이 발생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 체리피커 불명예 꼬리표는 ‘쭉’

다만 호반건설은 이번 대우건설 인수 포기로 인해 ‘인수합병 체리피커’라는 불명예 딱지는 떼지 못할 전망이다.

그간 호반건설은 SK증권,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한국종합기술, 이베스트 투자증권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으나 본 입찰 직전 발을 빼거나 낮은 입찰가로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인수전 참여 의사를 번복한 일이 잦았고 대우건설 인수전처럼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다가 막판에 발을 뺐다.

특히 2015년에는 금호산업 인수전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으나, 예상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써내 불발된 바 있다.

호반건설이 끝까지 인수전을 완주한 것은 2016년 울트라건설 인수, 2017년 제주 중문단지 퍼시픽랜드 매입과 2011년 KBC광주방송 인수 등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M&A에 있어서 공격적인 자세를 갖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이 강해 실제 인수로 이어진 사례가 많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의사 철회를 비롯해 호반의 잦은 인수 의향과 포기 번복으로 M&A 시장에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우건설 인수의사 철회를 비롯해 호반의 잦은 인수 의향과 포기 번복으로 M&A 시장에서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산업은행 책임 피하기 어려워

대우건설 매각이 불발되자, 산업은행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산업은행은 호반건설 측과 만나 대우건설 정밀실사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작스럽게 매각이 불발됐기 때문.

설상가상 앞으로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게 됐다. 대우건설이 가뜩이나 기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설상가상 해외사업 부실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당분간 인수자를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리스크 전에도 이번 매각은 대우건설이 국내 3위 건설업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입찰 적격 대상 3개사 중 본입찰에 호반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할 만큼 이번 매각은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대우건설이 국내 3위 건설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흥행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부실에 따른 매각 무산으로 산업은행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2016년 3분기 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 또 해외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추가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 측은 해외 부문의 손실을 호반건설에 고의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매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건설) 재매각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매각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재매각 추진 등은 앞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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