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한국지엠의 철수설이 재부상하면서 호주 홀덴처럼 결국 철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내수 시장 구조가 현재 상황과 맞물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12일 정부와 한국지엠 등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GM은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지엠이 맞닥뜨린 위기에 대해 서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배리 앵글 사장이 정부 등 관계자와 한국지엠의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생존 방안을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호주 홀덴은 높은 인건비와 낮은 효율 때문에 공장을 모두 철수하고 디자인센터와 판매망만 남겨뒀다. 홀덴 홈페이지

앞서 메리 바라 GM 회장은 한국지엠이 독자 생존을 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까지는 쓰지 않던 ‘구조조정(Restructure)'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GM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고 있다. 한국지엠 철수를 염두에 둔 것아니냐는 것이다. GM홀덴이 2013년 호주 정부에 지원금 요청을 거절당하자 즉시 철수를 결정했던 사례로 볼때 한국지엠 철수도 각오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내수 시장은 호주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인건비는 양국 자동차 업계가 첫번째로 꼽았던 문제 중 하나다.

2018년 기준 호주의 최저임금은 18.29달러에 달한다. 국내 최저임금은 이 절반에 불과하지만, 실제 자동차 업계 근로자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평균 연봉은 9,000만원 이상으로, 연간 3,000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해도 시급은 3만원이나 된다. 

줄어드는 판매량도 문제다. 호주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117만8,133대였다. 10년 전인 2007년(104만9,982대)보다 불과 12.2%만 늘었다. 그 중에서도 GM홀덴은 점유율 8%로 4위에 머물렀다. 수입사인 현대차(8.6%, 3위)보다도 낮았다. 토종 기업의 체면을 구긴 셈이다.

홀덴처럼 한국지엠도 최근 들어 급격한 위기에 빠져있다. 확고한 3위로 2016년 18만275대를 판매했던 한국지엠의 내수 실적은, 작년 들어 13만2,377대로 26.6%나 주저 앉았다.

수입차 추격이 매섭다는 것도 비슷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지난 1월에는 6,402대나 팔았다. 다른 국산차는 물론이고 한국지엠(7,844대)도 위협할만한 수준이었다.

한국지엠은 추후 상황에 따라 새로운 CUV를 도입하고 시장 재기를 노릴 계획이다. 수출량 1위인 트랙스의 뒤를 이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지엠 제공

같은 GM 산하인 캐딜락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지엠의 존재감을 약하게 한다. 캐딜락은 작년 2,008대를 팔면서 전년비 82%나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지엠은 아직 홀덴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라며, 철수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 규모가 훨씬 크고 성장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81만3,851대에 달한다. 호주보다 50%나 많다. 1,000명당 자동차 보급대수도 우리나라는 425대다. 호주(743대)와 비교하면 훨씬 여유있다.

한국지엠은 실적 반등을 위한 무기도 제시했다. 바로 새로운 CUV 모델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단순 도입 생산이 아닌 한국지엠을 위한 새로운 전략모델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우리나라 시장이 당장 철수를 고민할 정도로 가능성 없는 곳은 아니다"며 "한국지엠의 행보는 극심한 위기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과격한 모습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지엠이 여론 악화를 감당하면서까지 자금 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자폭 해결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조합이다. 올해 임금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지엠의 운명도 좌우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재웅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