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자동차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차감’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디자인이 예쁘고 세련됐거나, 존재감을 뿜어내는 덕분에 차에서 내릴 때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차감이 높은 브랜드를 꼽으라면 캐딜락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에스컬레이드는 브랜드 내에서도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외관, 커다란 덩치로 주위 분위기를 압도하는 모델이다.

에스컬레이드를 보는 눈은 두개로 나뉜다. 웅장하거나, 세련됐거나. 한스경제

기자가 직접 타봤다. 도심과 시외, 고속도로를 아우르는 약 300km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널찍하면서 고급스러운 뒷자리를 보고, 가족들과 자녀를 태운다고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선 에스컬레이드의 하차감은 모든 차종을 통틀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차에서 내릴 때 주변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물론이고, 주차장에서도 주차관리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야만 했다.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에스컬레이드를 뚫어지게 훑어봤다.

에스컬레이드는 사실상 GM의 플래그십인 만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전장이 무려 5,180mm, 전고도 1,900mm에 달한다. 전폭 역시 2,045mm로 왠만한 미니버스 수준이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크고 강력한 차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쓰인다. 헐리우드 액션 영화는 물론이고, 대통령 경호차로도 애용됐다.

외관 디자인도 위엄이 넘치게 만들어졌다. 미국 대통령이 타는 차인 '캐딜락 원'과 비슷하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이나 VIP 경호가 필요할 때면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가장 시선이 뜨거웠던 경험은 서울 시내에서 신호 대기 중 일어났다. 느닷없이 옆으로 다가온 택시에서 운전사가 느닷없이 창문을 열라고 손짓했던 것이다. 혹시 운전이 거칠었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엄청 멋있는 차 타시네요. 이게 배기량이 얼마나 됩니까?"라고 물어왔다.

웅장한 몸집이라도 뒤태는 날렵하다. 한스경제

4세대 에스컬레이드는 무려 6.2ℓ 자연흡기 엔진을 달고 있다. 실린더 개수는 8개. 최고출력은 426마력에 최대토크는 62.2kg·m이나 된다.

덕분에 신호가 바뀌자마자 택시 기사를 피해 달아날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드의 제로백은 6초대다. 무려 22인치의 바퀴 4개가 자유자재로 굴림을 바꿔가며 도로 질주를 도와준다.

특히 고속 승차감은 꽤나 훌륭한 편이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지면을 1/1,000초마다 읽어서 서스펜션 세팅을 최적화해주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가족들이 함께 타는 차에 승차감을 중요시한다면, 이만한 옵션도 찾기 어렵다.

어떤 차도 에스컬레이드의 후열 공간을 따라올 수 없다. 5인승으로 배치하고 뒷자리에 앉으면 리무진이 필요 없다. 한스경제

실제 연비는 5~6km/ℓ 정도가 나왔다. 공인연비가 6.9km/ℓ이니 선방한 셈이다.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잘 아는 듯, 도심 주행시에는 스스로 실린더를 절반만 사용한다. 저속 주행시 계기반에 'V4'라는 초록색 등이 점등한다.

후방 공간은 마음대로 접었다 펼 수 있다. 3열을 접으면 4인승, 2열을 접으면 리무진형 5인승이 된다. 다리를 쭉 펴도 남는 정도다. 둘다 접으면 캠핑시 '카박 용으로 쓸만한 자리가 나온다.

개별 온도 조절도 가능하며, 라이트도 자유자재로 켤 수 있다. 천장에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어서 긴 여행시에는 움직이는 영화관으로도 변신한다. 필요하다면 블루투스 스피커로 '나만의 시간'을 줄 수도 있다.

2열을 위한 편의 기능은 완벽히 갖췄다. 한스경제

문제는 운전자다. 차량 무게감과는 달리, 조작감이 가벼워서 어색하기 그지없는 칼럼식 변속기로는 펀드라이빙을 꿈도 꿀 수 없다. V8 6.2리터 자연흡기 엔진 배기음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차음을 완벽하게 해놔서 엔진소리는 물론이고 풍절음도 거의 없다.

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익히 알려진 대로 불친절하다. 게다가 국내 출시 모델에 따로 현지화를 하지 않아서 불안하기까지 하다. 보스의 스피커 16개는 빵빵하지만 가족들을 태운 이상 내것이 아니다.

대신 가격 경쟁력은 충분히 높다.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를 1억 2,00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동급 대형 SUV와 비교해도, 최고급 세단과 견줘봐도 저렴한 편이다. 특히 같은 가격대에서 이만한 하차감을 선사할 수 있는 모델은 찾아보기 어렵다.

운전석이 크고 멋있긴 하지만 운전 재미를 추구하기는 어렵겠다. 한스경제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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