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변동진] “설 연휴에 평창올림픽까지 겹쳐 대목을 기대했지만, 매출이 작년 대비 1/4로 토막났어요. 그게 대부분 남대문시장 상인의 현실입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오후 대한민국 대표 재래시장인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60대 남성 신발가게 주인은 이같이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둔 12일 오후 한산한 남대문시장의 모습/한스경제 변동진 기자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쌀쌀한 날씨와 거센 바람 때문이었을까. 기자가 찾은 남대문시장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벼야할 거리는 노점상인(도로점용상인)과 가게 주인들이 대신 채웠다. 게다가 주변에 시내면세점과 백화점(롯데·신세계) 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발길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점퍼와 털모자·장갑, 담요 등으로 중무장하면서까지 판매 의지를 불태웠지만, 왠만한 시민들은 이를 외면하기 일쑤였다.

도로점용상인들의 현실은 더 처참했다. 앉을 곳도 없이 서서 손님을 맞았지만 길을 묻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가격을 묻고 흥정까지 했지만 그냥 가기도 했다.

12일 오후 남대문시장 골목은 강추위에 손님마저 발길을 끊은지 오래다./한스경제 변동진 기자

남대문시장에서 20년째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장사가 그냥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절망적이다”며 “매출은 작년에 100을 팔았다면 올해는 20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과 설을 앞두고 내심 기대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강추위까지 겹치면서 다들 밖에서 쇼핑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노점상에서 옷을 파는 47세 남성은 남대문시장 불경기에 대해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했다. 한때 직장인들과 시민들의 위로가 됐던 포장마차가 문을 닫으면서 본격적인 ‘쇠퇴’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노점상에서 남대문 왕핫바를 판매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알겠지만 굉장히 유명했다”며 “그런데 중구청은 서울역과 남대문시장 일대에 ‘서울로 7017’이 들어선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한 곳에 몰아넣었다. 그 이후부터 손님이 뚝 끊기더라. 업종도 겹치고 하루 3만원도 못 판매해 결국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이보다 앞서 4년 전쯤 중구청이 길거리에서 판매하던 포장마차를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며 “과거에는 포장마차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으면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잦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구청이 금지시키니 손님이 뚝 끊긴 것이다”며 “먹거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그래야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 아니냐. 여기에 도로점용실명제 실시 등 규제만 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고객으로 가득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한스경제 변동진 기자

반면 남대문시장 인근 신세계백화점 지하1층은 설과 밸런타인데이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직원들은 계속되는 인터뷰 요청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면서 거절했다. 실제 밸런타인데이·설맞이 코너는 계속 몰려드는 고객으로 인해 근무인원이 부족할 정도였다.

백화점의 이같은 인기는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특히 축산(한우)와 수산, 농산 등은 각각 31.3%, 51.3%, 51.7%씩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설맞이, 밸런타인데이 행사 코너./한스경제 변동진 기자

일각에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초 이 법은 3만 원 이하 식사와 5만 원 이하 선물, 10만 원 이하 경조사비만 허용했다. 올 초 시행령을 개정해 농수축산물(화훼 포함) 선물의 경우 상한을 10만 원으로 높이고 경조사비는 상한액을 5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손님들은 김영란법을 개정했다는 사실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43세 주부 이모 씨는 “법이 개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정확하게 얼마까지 선물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또 51세 직장인 유모 씨는 “5만원이나 10만원이나 법 개정에 따른 체감은 크지 않다”면서 “등급이 높은 한우세트를 선물하려면 1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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