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투자는 다 사람이 하는 겁니다. 사람이 전부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찍어내기만 하면 발전하는 제조업과는 다릅니다. 투자 인력을 최대한 ‘레벨 업’(Level-Up) 시켜 작지만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도윤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는 최근 본사에서 한스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전반적인 내부 투자직원 몸값을 높이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혹시 회사가 투자한 인력이 다른 운용사 등으로 이직하더라도 경찰공제회에는 그만한 몸값의 우수 인력이 모이면서 조직이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회사와 같은 인센티브제도 최대한 도입했다.

그는 “잘하는 사람에 더 주는 걸 못 보는 조직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CIO는 경찰공제회 첫 민간 출신 CIO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으로 이름을 날렸다. 국내 최대 운용사를 거친 그는 2016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경찰공제회로 옮기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경찰공제회 2016년말 기준 운용자산은 총 2조189억원, 이 중 채권 비중은 7,894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은 총 자산이 220조원 수준에 채권규모는 145조원에 달한다.

이도윤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사진=경찰공제회

이 CIO는 “전체 투자관력 인력이 16명인데, 이 중 업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중간 직급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투자전략팀, 증권투자팀, 대체투자팀 등 다른 팀 상품을 서로보고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아 이직이나 퇴사 등이 많은 것도 경찰공제회의 골칫거리였다.

그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사장, 관리이사, 대의원 등을 설득해 투자인력 해외연수 예산 등을 배정했다. 국내 상품에 한정짓지 않고 다양한 글로벌 투자상품을 발굴하겠다는 시도다. 비용과 주변 눈치 등으로 일주일 내에 허둥지둥 끝나던 해외연수가 2주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투자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유럽 글로벌 운용사 등을 직접 방문하면서 선진 투자 노하우를 간접적이나마 느꼈다는 얘기다.

이 CIO는 “직원들이 해외연수 이후 ‘우리가 전문가 인줄 알았는데, 국내 딜 등을 외국에서 더잘 알더라’라면서 놀라더라”면서 “앉아서 서류만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를 체험토록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투자가치 여부와 경제가 좋은지 나쁜지는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소신에서다.

그는 “건물을 산다면 주말에도 정말 사람이 건물에 많이 오는지 봐야 하고 술집에서 술도 마셔봐야 경제가 좋은 건지 잘 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다”면서 “과거 자유롭게 해외연수를 다니면 놀러 다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시각”이라고 일축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보여주기식 보고도 과감히 없앴다. 효율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회사의 시스템을 개선했다.

아직 결산이 안 끝났지만 이 CIO의 이런 노력으로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운용자산이 6~7%가량의 수익률을 올렸다. 경찰공제회법에 주식 투자비중을 10%이상 늘릴 수 없는 ‘핸디캡’ 속에서 나름 선방한 실적이다. 5%였던 주식 비중을 8%까지 끌어올린 게 주효했다. 주식을 못하는 대신 사모대출펀드(PDF), 사모투자펀드(PEF), 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도 높였다.

다만, 이 CIO는 올해 부동산, 주식과 채권 등 투자자산이 전반적으로 작년처럼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길게 보면 미국 증시는 2009년부터 변동은 있었지만 상승세를 보였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건, 큰 틀에서 정책방향이 바뀌고 금리 상승 추세가 계속된다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이 CIO는 “공제회 특성 상 채권운용사가 아니어서 금리가 오른다고 채권을 사고팔지는 않는다”면서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가 오히려 좋은 고금리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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