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은행들을 대표하는 ‘간판 얼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의 모델들은 대중성보다는 신뢰성에 무게를 뒀다. ‘금융’이라는 업권은 특성상 형체가 없기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가 1순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트렌드가 변화하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이 간판 얼굴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TV 등의 전통 채널이 아닌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V앱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의 파급력이라는 강점을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십분 활용해 해외 영토를 넓혀가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워너원. 사진=신한은행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새로운 광고모델로 아이돌 워너원(WannaOne)을 선정했다. 워너원은 오는 22일 출시 예정인 신한은행의 모바일 통합플랫폼 ‘쏠(SOL)’의 광고와 대고객 이벤트를 시작으로 ‘2018 신한 MYCAR(마이카) 한국프로야구’ 온·오프라인 광고에 얼굴을 비추게 된다.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 앞서 지난달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낙점한 바 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와 모델 계약을 체결한 이후 두 번째로 아이돌을 새 얼굴로 발탁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국민은행의 디지털 플랫폼 ‘리브’(Liiv) 영상광고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은행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담당하게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대한민국 1등을 넘어’ 광고 캠페인의 의미를 재해석해줄 최적의 아티스트라고 판단했다”며 “Korea Best(코리아 베스트)가 Global Best(글로벌 베스트)가 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국민은행 브랜드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모델 발탁 이유를 밝혔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은행 광고모델의 평균 연령을 ‘확 낮춘’ 신호탄은 지난 2016년 국민은행이 쐈다. 당시 국민은행은 ‘국민이 뽑은 소녀들을 국민은행의 광고모델로’이라는 콘셉트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모델로 발탁했다. 아이오아이(I.O.I)는 지난 4월 종영된 엠넷의 ‘프로듀스101’에서 데뷔의 꿈을 이룬 프로젝트 걸그룹이다. 국민들의 투표로 무대에 서게 된 만큼 ‘국민 걸그룹’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국민은행이 걸그룹을 모델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무엇보다도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삼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은행은 중장년층 고객의 비중이 타행에 비해 두터운 편인데, 아이오아이가 젊은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뱅크, 리브 등 젊은 브랜드 광고에서 활약하며 특히 2030 고객의 영입에 있어 톡톡한 효과를 냈다는 전언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빅뱅 지드래곤(GD)과 손을 잡았다. 지드래곤이 정식 모델로 발탁된 것은 아니지만, 대세 아이돌과의 첫 협업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오는 26일 협업 패키지 등이 담긴 리미티드 에디션이 기업은행 본점 1층 행사장에서 증정된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구성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협업으로 입출금 통장이나 카드 같은 금융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업은행 관계자는 귀띔했다.

기업은행과 빅뱅 지드래곤(GD)의 협업 티저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아이돌을 모델로 썼을 때 은행 입장에서는 ‘금융 굿즈’(goods·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브랜드와 연관된 상품)로의 활용성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경우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선정된 직후부터 팬들이 방탄소년단 관련 상품을 문의하고 가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특히 아이돌의 경우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볼 수 없었다”며 “자칫 은행의 이미지가 가벼워보일 수 있고 한 번 구설수에 휘말리면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용된 모델들이 은행의 앱이나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상품을 먼저 홍보한다”며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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