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P2P업계의 ‘엄친아’로 통하는 김성준 렌딧 대표는 사실 넘어지고 깨지는데 일가견이 있다. 두 번의 뼈아픈 기억을 딛고도 세 번째 창업으로 성공한 이유는 “세상의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좌우명과 기업 가치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렌딧의 첫 포부가 대출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시선은 블록체인·빅데이터와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한 미래 금융으로 향한다.

사진=렌딧 제공

■개인신용 누적대출액 1,000억원의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주 목요일(2월 8일) 1,000억원을 달성했다.

2015년과 2016년, 2016년과 2017년 사이 성장세가 3.5~4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누적 대출액 총량은 가속 패달을 밟으리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개인신용대출 총량은 260조원이지만 P2P업계의 점유율은 0.02% 수준이다. 수요가 한참 남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성장하리라고 기대한다.”

■3년차 P2P업계의 옥석가리기는 마쳤다고 보나.

“올해의 변곡점을 지나봐야 초반 옥석가리기를 마치지 않을까. 이번 상반기 중으로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해온 P2P업체들의 만기일이 도미노처럼 찾아온다. ‘잘 돌아온다’는 신뢰가 쌓이면 개인신용대출을 선호하는 수요도 만들어진다.”

■투자자들은 눈에 보이는 상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예컨대 부동산 투자 같은. 개인간 신용대출 모델의 신뢰도를 어떻게 높이나.

“우리나라는 P2P업계의 부동산 쏠림현상이 심하다. 전체의 50% 정도가 부동산ABL이나 PF를 주로 취급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70%가 개인신용, 소상공인이 20%로 부동산 상품의 비율은 한자릿수를 채 넘지 않는다. P2P가 국내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초반에는 안정자산이라고 여기는 부동산에 몰렸지만, 충분한 데이터로 수익률을 증명하면 결과적으로는 해외의 선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P2P 상품은 기간이 3~6개월로 짧은 반면 개인신용대출의 만기는 길다.

“10% 수익률을 갖춘 두 상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하나는 6개월, 하나는 24개월 만기라면 만기가 짧은 쪽의 리스크가 더 높다. 환급성이 그만큼 좋다면 은행만큼의 안정성은 기대할 수 없다. 예상 수익률이란 결국 잠재 위험성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투자금뿐 아니라 투자 기간을 잘게 쪼개는 것도 리스크를 낮추는 분산투자다.”

■기존의 신용등급과 ‘렌딧 등급’이 다른 경우가 있나.

“우리는 차주의 신용점수 트렌드를 따라가 본다. 신용등급 3등급 차주와 4등급 차주가 있다면 기존 금융사에서는 당연히 3등급을 선택한다. 렌딧은 해당 차주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는지, 지난 18개월 동안 신용카드 소진율은 어떤지 등을 추적한다. 그래서 나이스평가정보의 신용등급 점수와는 차이가 난다.”

■차주를 관리해도 리스크는 남는다. 부실 대비는.

“분산투자가 최우선이다. 어떠한 보호막이 있더라도 (P2P 투자는) 예금자보호가 안되므로 손실이 날 수 있다. 투자금을 몇 십 개에 나눠 투자하도록 하는 게 가장 안전한 해결책이고, 따라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소수의 채권에만 집중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것이다. 렌딧은 100만원의 투자금이 있다면 200개의 채권에 나눠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자동화는 투자자의 성향에 따른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이밖에 BNP파리바 카디프생명과 ‘렌딧 대출고객 든든보험 서비스’로 대출기간 중 사망 또는 80% 이상의 장해로 인해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대출고객 대신 남아 있는 대출금액을 상환해 준다.”

사진=렌딧 제공

■기업대출로 확장할 가능성은.

“개인신용대출은 100% 비대면으로 진행이 가능하지만 기업대출이나 부동산대출은 대면 업무가 필요하다. 대면 업무는 지점을 갖춘 기존의 금융사들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본다. 렌딧이 기존 금융사보다 잘할 수 있는 지점을 이해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미국의 상장 P2P사 ‘온데크’는 소상공인 대출 자동화시스템을 갖추면서 성공을 이끌어 냈다.”

■블록체인 기반의 P2P산업 전망은.

“P2P산업과 블록체인의 접목은 세계적인 추세다. 블록체인 금융은 계약구조를 가상에 올려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데, P2P업계의 틀과 기본적으로 유사하다. 렌딧 역시 투자 채권에 대한 렌딧 등급과 DTI 등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출 시장은 5% 이하 저금리와 20% 이상의 고금리로 양분화됐다. 100명의 사람 중 50명은 5%, 50명은 20%만 받아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중금리 수요 역시 다른 구간만큼은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P2P 개인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상당수가 대환대출로 P2P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1월을 기준으로 우리 상품으로 아낀 이자액이 74억원이다. 만약 1조원의 대출을 한다면 다른 금융권에서 고금리를 내던 차주의 이자 700억 이상을 낮출 수 있다.”

■중금리 대출 수요를 견딜 만한 힘이 있나.

“2~3년 내에 수용해서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겠느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그럴 수 있다고 답하겠다. 2금융권이 20% 이상의 금리를 받는 이유는 부동산, 인건비 등 운영비용 자체가 높아서다. 신용평가모델도 고도화되지 못했다. 렌딧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는 낮추면서 자체 금리 산정 기준이 있어 승산이 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연쇄 금리인하 조짐은 없나.

“평균 금리가 11%대로 직접적인 영향은 없고, 우리의 금리 기준점도 2금융권 대비 몇%P를 낮춘다기 보다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사이점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는) 기준금리가 4~5%P까지 올라가지 않는 한 영향이 크지 않다. 조달금리가 중요한 카드사와 캐피털은 직격탄을 맞지만, P2P는 기준금리가 1%P 올랐다고 해도 기대 수익률과의 갭은 여전히 크다.”

■미국 ‘렌딩클럽’ 대출스캔들에 비춰 P2P업계 부정행위의 위험은 없나.

“금융사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들을 좋게 만들기 위해 부정행위가 위험도 잔존한다. 렌딧은 100번을 잘해도 한 번의 도의적 문제가 발생하면 신뢰를 잃는다는 ‘100-1=0’의 규정을 임직원에 교육한다. 또 ‘가족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결정만을 내린다’도 윤리강령 중 하나다.”

■세 번째 창업이다.

“세 번 모두 ‘문제해결’이라는 꼭짓점으로 모인다. 이전의 창업이 잘 안됐다고 해도, 앞으로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렌딧은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 대출을 받지 못했던 경험을 살려 구상했다. 창업하는 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고 한 달 안에 초기 투자를 받았다. 첫 번째, 두 번째 창업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가팔랐다.”

■궁극적인 목표는 ‘테크핀’이라 했다.

“당장 우리 다음세대부터 ‘은행에 간다’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을까. 이렇게 미래 금융의 방향성을 보면 자동화와 비대면이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렌딧은 태생부터 금융에 남아있는 운영비용을 기술로 해결한다는 모토로 출발했다. 대출뿐 아니라 자산운용이나 보험에서도 비효율은 존재한다. 올해가 핀테크에서 한 단계 나아간 테크핀의 원년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테크핀: 기술 기반의 금융 서비스. 금융서비스 기반의 기술인 ‘핀테크’와 구분된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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