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가상화폐와 로또의 ‘일확천금’이 휩쓸고 간 재테크, 탄탄한 저축과 꼼꼼한 돈 관리로 돌아갈 때가 왔다.

절약형 직장인의 유행템인 생활비달력에 도전했다. 기자는 적금은 꼼꼼히 들고 있지만 용돈관리에는 미진했다. 현금 대신 카드 우선주의로 돈이 새는 곳을 알지 못했고, 아끼다가도 하루아침에 큰 돈을 써버리는 등 돈관리도 들쭉날쭉했다.

미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용돈은 2만4,100원(인크루트). 하루 2만원에 맞춰 지난 5일(월)부터 10일(토)까지 일주일간 도전을 시작했다. 평이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하루 2만원만 쓰기란 몹시 어려웠다. “움직이면 다 돈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자가 한 주 동안 사용한 생활비 달력. 탁상달력을 이용해 간이 생활비 달력을 만들 수 있다./사진=허인혜 기자

■1일차 3만4,300원

오전, 오후 일정이 많은 날이었다. 오후 간담회 일정을 쫓아갔다 현장 기사를 넘기고 나니 다른 기사를 마감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마감을 핑계로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첫날부터 친구들과 저녁을 먹은 게 가장 큰 실패원인이었다. 두 달 전 잡은 송년회가 신년회가 될 만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라 약속을 깰 수 없었다. 생활비 달력 실패기에 늘 등장하던 ‘땡겨쓰기’가 1일차부터 등장했다.

친구들에게 생활비달력 체험 중임을 선언하니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에 나눠내기를 제안했다. 1차, 2차 정도를 구분했을 뿐 한 자리에서 더치페이를 한 적이 없어 다소 민망했지만 ‘쏘기’가 없어지니 지출은 크지 않았다.

■2일차: 5,500원

오늘은 5,700원만 쓰고 원점으로 돌려놓겠다고 결심했다. 김밥으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매일 김밥만 먹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얼큰수제비(5,500원)로 점심을 때웠다. 저녁 맥주 한 잔이 떠올랐지만 약속을 잡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직행했다.

■3일차: 2만1,900원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생활비 달력 체험 중이니 저렴한 점심을 먹자’고 말하기가 미안해 내색하지 않았다. 고기 정식 2인분을 먹고 절반을 결제했다.

이렇게 정확히 반을 나눠내 본 적이 거의 없어 지출금액을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생활비 달력으로 돈이 새는 곳을 파악하게 됐다.

식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4,600원이 나갔다. 친구와 만나 밥 한끼, 커피 한잔을 마셨을 뿐인데 하루 용돈에 임박해 돈을 사용했다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저녁 자리 이후 대화용 커피를 구매하며 또 다시 5300원을 지출했다.

평소 카드지갑만 소지하는 습관이 들어 생활비 달력을 체험하는 한 주간 잔돈 관리가 어려웠다./사진=허인혜 기자

■4일차: 1만4,100원

이동 일정이 퍽 많은 날이었다. 종로에서 여의도로 갔다가 다시 종로로 오는 일정. 중간중간 시간이 촉박해 결국 택시를 탔다. 다행히 같은 구간에서 이동한 덕분에 5,600원만 지출했다.

저녁 미팅이 있는데 화장품이 똑 떨어졌다. 화장기가 다 지워져 고민하다 입술 화장품 구입에 8,500원을 지출했다.

■5일차: 1만300원

퇴근 후 일정이 없으면 지출도 적다는 점을 발견했다. 주말 약속을 앞두고 하루 앞서 절약하고자 점심은 간단한 분식 세트로 4,500원을 지출했다. 지인의 이직 선물로 조각케이크를 구매하며 5,800원을 추가로 썼다.

■6일차: 7만1,600원

생활비 달력은 다이어트와 같다. 주중에 아끼며 참다가도 주말 해방감을 잘 지나지 못하면 도루묵이 된다.

쇼핑몰에 들렀다 소고기를 먹는 일정이었다. 애초에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카드를 지참하고 나갔다. 현금을 쓸 때는 한 푼 나가는 게 눈에 보이니 아쉬웠는데 카드를 내미니 잔돈도, 당장의 잔고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주말의 들뜬 기분, 쇼핑몰에 들른 참에…. 핑계로 액세서리를 구입했다. 저녁에는 한 주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마장동에서 한우를 먹었다. 여기서 대실패.

총 지출 15만7,700원. 아끼고 아낀다고 생각했지만 목표액인 12만원에서 3만7,700원을 넘겼다. 결국 이틀 치 용돈을 당겨 쓰며 마무리된 셈이다.

이동이 많고 일정이 들쭉날쭉해 식비 조정이 가장 어려웠다. 어디서든 콘센트가 필요하고 고정적인 일터가 없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저녁과 점심, 티미팅이 산적해 언제 어디서 돈이 나갈지도 뾰족하지 않았다. 당일 일정에 따라 이동거리가 달라 하루 2만원 고정지출은 무리였다.

평소 즐겨 타던 택시를 피해 다닌 점은 칭찬할 만 했다. 추위나 늦은 귀가, 피로 등을 이유로 택시를 타곤 했지만 생활비 달력 이후 하루 용돈의 반을 소비하는 택시를 지양하게 됐다. 퇴근길 맥주 한잔이나 화가 나서 인터넷 쇼핑을 하는 기분파 지출도 크게 줄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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