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박현정 하면 배우로서 모습보다 누구의 아내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선발대회로 데뷔해 어느 덧 24년차가 됐지만, 활동 기간은 길지 않았다. 이혼 후 7년, 박현정은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2 TV소설 '꽃피어라 달순아'에서 변함없는 미모와 안정된 연기를 자랑했다. 실제로 만난 박현정은 고3, 중3 두 딸을 둔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꽃피어라 달순아'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며 어느 때보다 행복해했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였다.

"단막극 이후 3~4년 만이다. 장편 한지는 정말 오래 됐다. 처음에 조금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한 여름에 시작해 올 1월에 끝이 났다.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배우로서 다시 연기할 수 있게 해줘 정말 귀한 작품이다".

-송연화 역에 캐스팅 된 과정이 궁금하다.

"신창섭 감독님께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1995년 KBS 17기 공채 탤런트로 들어온 후 한 두 번 정도 인사한 적이 있었다. 연락을 받았을 때 현재 소속사 열음엔터테인먼트와 미팅이 있었다. 미팅 후 인사 차 간 자리에서 간단하게 오디션을 봤고, 다음날 연락 받았다. 나를 처음 뽑아준 KBS에서 또 다시 기회를 줘 감사했다."

-송연화 캐릭터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연화는 힘든 시련을 많이 겪으면서 강인해진 여성이라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원치 않는 사람과 결혼 후 배신 당해 정신병원에 가고, 살인자로 누명을 써 감옥에도 갔다. 미친 척도 했다가 다시 이를 갈고 복수하기까지. 감정 소모가 많았지만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서 선물같은 역이었다."

-대사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일일드라마는 대본 양이 정말 많다. 사시 공부하는 것처럼 대본을 봤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 쉬면 카페에 가서 아침부터 문 닫을 때까지 하루 종일 대본을 외웠다. 월화 야외, 수목금 세트 촬영, 주말은 대본 외우는데 집중했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익숙해지더라. 감정이 안 잡힐 땐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을 생각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매번 두렵고 떨렸는데, 선배들과 스태프들이 많이 도와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임호씨와 호흡은 어땠나.

"임호 선배님이 배려를 많이 해줬다. 워낙 재미있어서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출연진 및 감독님 등 스태프 모두 모난 사람들이 없었다. 베스트 팀워크를 자랑할 정도로 가족 같았다. 이렇게 좋은 팀을 만나기 쉽지 않다. 감독님이 리더 역할을 잘해줬다. 항상 유쾌하고 섬세하게 스태프들을 잘 챙겨줬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아침 드라마라서 주 시청자 연령층이 어머니, 할머니들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공중 목욕탕에 가면 다 벗고 있는데도 '어머~ 달순이 엄마 왔다!'면서 반겨주더라. 사우나 안에 있는 분들 모두 '달순 엄마 딸 언제 찾을 거냐' '달순이가 은솔이다'라면서 음료수도 주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장 보러 시장이나 마트에 편하게 하고 가도 알아봐주더라. 다들 실물이 낫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웃음)."

-일일극에 막장 소재가 빠지지 않는데.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것 아닐까. 요즘에는 너무 뻔한 스토리로 가 조금 안타깝긴 하다. 대부분의 드라마 패턴이 비슷해지지 않았냐. 조금 신선한 스토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극적이고 센 스토리보다 따뜻하고 가족적인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드라마 있지 않냐."

-아이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을텐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엄마가 다시 일 한다는 자체를 자랑스러워한다. 3~4년간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기회가 없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연기자로 설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항상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꽃피어라 달순아'는 다시 박현정이라는 배우가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3년 동안 연극 '여도 나도 할말있어' 무대에 올랐다.

"연극은 정말 매력있다.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NG가 나도 바로 가야 되니까 부담도 되는데, 무대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1시간 40분간 무대를 책임진 후 커튼콜할 때 뜨거운 무언가가 확 올라온다. 연극은 3년간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드라마는 파급 효과가 정말 큰 것 같다. 앞으로 연극은 계속 하고 싶다."

-40대 여성들의 캐릭터 한정적인데.

"40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누구의 엄마 아니면 이모 역이 대부분이다. 내 나이대도 약간 애매하다. 나이는 중년인데 얼굴 보면 엄마하기에 너무 어려보이는거다. 싱글하기엔 또 나이가 많고…. 여배우들이 역할이 점점 줄어서 안타깝다. 40대 중년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차분한 이미지가 강한데.

"그 동안 차분하고 지고지순한 역을 많이 했는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 안에 다른 모습도 분명히 있다. 못된 역이나 조금 덜 떨어지고 순수한 역도 하고 싶다. 예쁜 척하고 푼수끼 있는 역할도 자신있다. 해보고 싶은게 정말 많다."

-얼굴에서 행복함이 느껴진다.

"지금 가장 행복하다. 수천억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거다. 예전에 비하면 현재 수익은 10분의 1도 안 된다. 옛날엔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후 삶의 기준이 180도 바뀌었다. 앞으로 진심을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진실한 연기를 하는 배우 말이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