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골든슬럼버’(14일 개봉)는 일본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과 달리 한국적인 정서를 더했고, 친구들의 우정을 강조하며 감동을 극대화했다. 물론,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강동원이 있다. 강동원은 이 작품에서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로 기존의 연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추격물보다는 강동원 표 휴머니즘 영화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택배기사 건우(강동원)는 자신보다 늘 남이 먼저인 선량 시민이다. 자신의 꿈인 밴드 활동을 포기하고 살아가지만 삶에 대한 불만은 없다. 얼떨결에 아이돌을 구해 모범시민 표창까지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끊긴 친구 무열(윤계상)을 만난다. 반가움도 잠시 무열은 의심 좀 하며 살라는 둥 대선후보가 테러로 사망하고 용의자로 건우가 지목된다는 둥 알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는다. 무열의 말대로 건우는 한순간에 테러 용의자로 지목되고, 선량한 시민에서 ‘정신병자’ 수배범이 된다.

건우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지만 누명을 벗으려고 하면 할수록 친구들이 위험에 빠진다. 이 때 무열의 동료인 민씨(김의성)가 나타나고 민씨의 도움 하에 건우는 생존에 한 발짝 다가선다. 여기에 고등학교 밴드 동아리 골든슬럼버 멤버인 선영(한효주), 금철(김성균), 동규(김대명)가 건우의 누명을 벗기려 온갖 방법으로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 간의 끈끈한 우정과 휴머니즘이 극대화되는데 작위적인 설정이 눈에 띈다는 점이 아쉽다.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도 우정이라는 이름 하에 가능하다. 이처럼 ‘골든슬럼버’는 영화적이며 조금은 억지스러운 흐름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흐린다.

'골든슬럼버' 리뷰

물론 초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탈주신이나 맨홀 장면은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된다. 사회적 약자에 불과했던 건우가 계속되는 위협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존하는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상당히 직접적이라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치계와 매스컴의 파렴치한 협업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행태를 꼬집는다. 그 희생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진취적인 자세로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듯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여기에 팝의 전설 비틀스와 고(故) 신해철의 음악이 한 데 어우러져 영화의 감성을 더한다.

친구들의 앙상블을 다룬 휴머니즘 영화답게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빛난다.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로 소시민으로 분한 강동원의 순박한 연기가 돋보인다. 극 중 강동원의 첫사랑이자 친구로 출연한 한효주 역시 튀지 않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기존의 악인 이미지를 벗고 선한 얼굴을 한 김의성의 ‘의인’ 연기 역시 새롭다. 김성균, 김대명 등 충무로 감초 배우들의 활약 역시 극의 재미를 더한다.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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