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가 공개된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근로자들이 산업재해 입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업 보고서가 공개되면 기술 유출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공개 범위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생산현장의 환경안전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이다./삼성전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고용부는 "대전고등법원이 노동자 이름을 제외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내용을 수용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며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유족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는 사업주가 6개월마다 근로자들이 작업장 안의 190종의 유해인자로부터 얼마나 노출되는지 측정 및 평가한 보고서다. 정기적으로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정보공개와 관련해선 "별도의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삼성전자 온양 공장에서 근무했던 근로자와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의 상대가 고용노동부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의견을 내놓는다면 더욱 논란이 가중될 것을 감안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한 이씨가 2014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유족이 2014년 10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청구했지만 천안지청은 경업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이씨 유족들은 행정심판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0월 열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2017년 3월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역시 같은 이유로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대전고등법원은 "사업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며 "측정대상 노동자들의 이름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법원 판결을 참조해 향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게 된 것. 해당 보고서는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에게는 산재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자료이지만 반도체의 '경영·영업상 비밀'도 포함돼 언론 등에 공개된다면 기술유출도 상당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에는 기업이 (반도체에) 어떤 공정에서 화학물질은 무엇을 사용했는지 등 기업 노하우가 담겨있다"며 "외국 경쟁기업들이 보고서를 확인한다면 기업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 반도체는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으로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는 단일 품목 최초로 수출 100조 원을 돌파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를 선도하는 대표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을 뛰어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민간과 지방정부의 반도체 분야에 약 17조 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본격적인 반도체 생산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메모리 생산량의 20% 수준까지 시장에 쏟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까지 유출된다면 국내 반도체 시장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곳에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다면 한국의 기업기밀들이 계속해서 해외 경쟁기업에 가게된다"며 "기업기술이 국외로 유출될 경우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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