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판매량 3만3,325대. 가솔린 중형 세단 1위. 올 뉴 말리부의 2017년 성적표다. 동급 최고는 아니지만, 2016년 출시 이후 꾸준히 팬들을 끌어모으면서 한국지엠의 볼륨모델로 우뚝 섰다. 한국지엠의 내수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는 고속도로와 시내를 5대5 비율로 약 600km를 달렸다. 연비를 올리기보다는 거칠게 몰아붙이는 방법으로 운전했다.

올 뉴 말리부. 한스경제

시승을 끝내고 나서 ‘한미동맹’의 고마움을 느꼈다. 올 뉴 말리부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GM 주도 하에 한국지엠이 개입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것도 이 덕분이다.

대표적인 국내 맞춤 부분이 트렁크다. 올 뉴 말리부는 날렵한 생김새와는 달리 트렁크 크기가 무려 447ℓ에 달한다. 전장을 준대형급인 4,925mm로 늘린데다가, 한국지엠에서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트렁크를 강조하면서 만들어낸 성과다. 트렁크를 열어본 모든 사람들의 입을 ‘떡’ 벌리게 만들 정도다.

올 뉴 말리부는 2열 공간이 크다.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어도 충분한 레그룸을 확보할 수 있다. 한스경제

2열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쿠페형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헤드룸, 넓은 레그룸을 갖춘 점이 주효했다. 2열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중형차가 어떻게 이만큼 넓을 수 있냐”고 물었다.

미국차 답지 않은 세련된 인테리어도 탑승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립형과 플로팅 타입의 중간정도 되는 디스플레이, 깔끔하게 배열한 공조 버튼, 손이 닿는 곳마다 적절히 깔아놓은 가죽 재질이 오감을 편하게 했다.

시원한 시야감도 인테리어에 힘을 실어준다. 차체를 낮춘 대신 A필러를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파노라마 썬루프까지 장착하면 운전자와 조수석, 2열에서도 탁 트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올 뉴 말리부는 거대한 트렁크를 갖고 있다. 한스경제

주행 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중형차 치고는 작은편인 1.5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인데도 충분히 강력한 힘을 낸다. 무게가 1,400kg 밖에 안되는 덕분인지 ‘버벅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 토크는 25.5kg·m, 최고출력은 166마력이다.

주행모드 따위는 없다. 그저 잘 달리고 잘 멈출 뿐이다. 한국지엠의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다소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즐긴다면 이만한 중형차도 찾기 힘들다.

그러면서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은 것이 ‘신통방통’하다. 말리부 1.5 모델은 3종 저공해차량이다. 공영주차장과 지하철 환승 주차장, 공항 주차장 등에서 무려 50%나 할인받을 수 있다. 주차장 입장시 저공해차량임을 알리면 관리자가 조치해준다.

올 뉴 말리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하게 만들어졌다. 한스경제

실제 연비도 잘 나온다. 공인연비는 12.7km/ℓ, 실제로는 8~9km/ℓ 정도다. 고속에서는 공인연비를 약간 넘어서고,, 시내에서는 6~7km/ℓ 정도를 낸다. 클러스터에서 최근 50km 연비를 보여주는 덕분에 연비 운전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여기에 누구나 반할만한 외관을 하고 있어서 단점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사실상 쿠페 수준의 낮은 차체가 주변의 이목을 확 끌어안는다. 시트포지션도 확실히 낮아서 지면에 친숙해진다. 심지어는 측면과 뒤에 붙은 레터링조차도 인기가 높다.

LTZ 프리미엄 세이프티 모델 기준으로 3,284만원이다. 동급대비 다소 무거운 가격이지만, 준대형차급 공간임을 감안하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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