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직장인 A씨는 생활비 탓에 불법사금융에 손을 벌렸다가 더 큰 생활고를 겪었다. 연체가 이어지면서 위탁 채권추심사 직원이 직장을 수 차례 찾아오자 권고사직을 당했고, 이직한 회사에도 채무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했다. 견디다 못한 A씨가 채권추심인과의 통화를 녹취해 금융당국에 신고하면서 1일 2회 이상의 접촉은 부당하다는 점을 고지 받았다. 최고금리를 넘는 초과이자도 조정을 받으면서 겨우 숨통이 트였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채권추심이 대대적인 불법추심 감시와 전담 변호사회 출범 등으로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발맞춰 불법추심 감시를 대폭 강화했다. 이달부터 4월 30일까지 불법사금융에 대한 포괄적 단속을 실시하며 폭행, 협박, 심야 방문·전화 등 불법 채권추심도 대대적으로 잡아낼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불법 채권추심으로 간주하는 유형은 ▲채권추심인이 자신의 소속과 신분을 밝히지 않았을 때 ▲이미 소각된 채권을 추심하는 경우 ▲독촉장, 협조문 등의 서면을 밀봉하지 않은 행위 등 제3자에게 채무사실 고지 ▲금전을 다시 빌려주어 채무를 상환하도록 독촉 ▲1일 2회 초과한 접촉 등이다.

특히 고성이나 욕설, 폭력 등으로 공포나 불안감을 조성했다면 역시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

또 자체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채무자 본인이나 자녀의 입학, 졸업식, 결혼식 등에 찾아가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나 채무자가 상중일 때 방문이나 전화로 채권추심을 하는 등도 금지돼 있다.

연 24%의 최고금리를 넘는 이자도 모두 초과이자로 간주돼 조정 대상이다.

불법 추심행위가 적발되면 채권추심회사에서 최대 80%의 과태료를 무는 등 엄벌에 처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신용정보법(신용정보법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 같이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5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올해만 서울시와 광주시, 하남시, 광양시, 김해시 등이 불법 채권추심 단속을 고지했다. 불법 채권추심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지역 시장이나 상가 등 불법 사금융 피해가 잦은 구역을 현장점검하는 등이다.

채권추심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회가 최근 출범하며 채권추심의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회는 지난 12일 채권추심변호사회를 설립하며 채권추심 전문 변호사 500여명을 회원으로 맞았다고 전했다.

변협 관계자는 “채권추심업무는 소송부터 집행을 아우르는 변호사 본연의 업무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러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변호사가 채권추심업무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민간분야의 불법추심행위를 근절하고 채권추심행위가 불법이 아닌 적법한 권리행사임을 국민들에게 상기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불법 채권추심을 궁극적으로 막는 방법은 서민금융의 확대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채권추심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이나 등록 대부업 등 합법적이고 건전한 업체를 이용하는 한편 저신용자도 적절한 금리에 이용할 수 있는 서민금융 상품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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